성형 중개 단속 강화되자 의약품 손대… 병원서 처방전 한꺼번에 대량 발급 다이어트 등 약-분량, 간호사가 手記… 중국판 카톡 ‘위챗’ 통해 재판매
왕모 씨가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인증 사진’. 왕 씨는 자신이 판매하는 전문의약품이 ‘진짜 한국 약’임을 증명하기 위해 글과 함께 성형외과에서 처방전을 발급받는 사진(왼쪽)과 약국에서 약을 직접 사는 사진을 올렸다. 왕모 씨 SNS 화면 캡처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7일 서울 강남구 모 성형외과에서 불법으로 처방전을 발급받아 다이어트 약 등을 구매해 중국인들에게 재판매한 왕모 씨(26·여·중국)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왕 씨는 지난해까지 중국인 환자를 국내 병원에 소개해주고 적정 수수료를 받는 합법적인 외국인 환자 유치업체에서 일했다. ‘환자 유치’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안 왕 씨는 올해 초 직원 5∼6명을 채용해 불법적인 환자 유치업체를 차렸다. 검찰 등 수사기관이 불법 브로커 단속을 강화하자 왕 씨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했다. 환자 유치 중개 수수료를 받기보다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의약품을 중국인들에게 팔기로 했다.
불법으로 확보한 전문의약품은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통해 재판매됐다. 왕 씨가 확보한 약품들의 사진을 위챗에 올리면 미용에 관심이 많은 중국인들이 직접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왕 씨는 ‘가짜 한국 약품을 판매하는 중국인이 많은데 제가 판매하는 약들은 정식 유통 경로를 거쳤다’는 글과 함께 성형외과에서 발급받은 처방전 사진, 자신이 약국에서 직접 약품을 구매하는 사진 등 ‘인증샷’을 찍어 올려 고객들을 안심시켰다.
주문량이 많아지자 주문을 받으면 그때그때 처방전을 발급받아 약품을 확보하는 방법 대신 대량의 약품 구매가 가능하도록 미리 처방전을 발급받았다. 판매 대금은 온라인 결제가 가능한 중국의 ‘알리페이’를 통해 현금만 받았다. 결제가 완료되면 국제우편(EMS)을 통해 직접 중국 고객의 주소로 약품을 보냈다.
이렇게 거래한 약품은 왕 씨의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확인된 것만 한 달 평균 15박스(다이어트 약 기준). 1박스에 8만 원가량을 주고 산 다이어트 약을 50여만 원에 재판매했다. 5배가 넘는 폭리를 취한 것. 경찰은 왕 씨가 손에 넣은 부당 이득과 실제 거래량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왕 씨를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 혐의로 쫓는 한편 처방전을 내준 성형외과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