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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훈 한마디에… 중앙大 실사 공무원 지방 좌천

입력 | 2015-05-25 03:00:00

정원 허위이전 제재 받을 처지되자 “이렇게 하면 본부근무 어렵다” 압박
이성희 前비서관은 상관 불러내 “수석님 지시대로 해라” 으름장




중앙대에 특혜를 주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범훈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이 특혜 지시에 반발하던 교육부 직원을 5일 만에 지방으로 좌천시킨 구체적 내용이 24일 공개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배종혁)에 따르면 박 전 수석은 2012년 11월 29일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 김모 사무관에게 전화해 “너희끼리 일하는 것이냐. 이렇게 하면 본부에 근무하기 어렵다”고 압력성 발언을 했다. 당시 김 사무관은 중앙대의 정원 허위 이전 사실과 관련한 현장실사를 하고 있었다. 중앙대는 교지 통폐합 승인을 받기 위해 필요한 교지 확보율이 기준에 1.7%가량 미달하자 서울캠퍼스 소속 학생 190명을 안성캠퍼스로 허위 이전하는 꼼수를 부리다 적발돼 제재를 앞두고 있었다. 김 사무관은 실사 결과를 상부에 보고했지만 “왜 일을 크게 만드느냐”는 질책만 받았다. 김 사무관은 윗선 지시로 ‘중앙대가 제재 처분을 피하는 방안’이라는 보고서까지 써야 했다.

이성희 전 대통령교육비서관도 김 사무관의 상관이던 김모 사립대학제도과장을 청와대 인근 호프집으로 불러내 “수석님 지시대로 해라. 업무 태만으로 민정수석실 조사를 받는 수가 있다”라고 압박했다.

김 사무관과 김 과장은 같은 해 12월 4일 지방 국립대로 발령 났다. 중앙대는 전산실 직원을 동원해 ‘학칙 개정에 따른 강좌 추가 개설 계획 보고’ 문서를 만든 뒤 소속 교수가 안성캠퍼스에서 강의한 것처럼 수업진행 확인서를 꾸미고 서명까지 했다. 검찰 관계자는 “규정과 법령대로 일을 하려는 공무원에게 인사 보복을 가한 건 직권남용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태희 전 중앙대 재단 상임이사(61)가 2011년 2월 초 박 전 수석의 내정 사실을 알고 두산타워 상가를 특혜 임대해준 부분을 박 전 수석의 뇌물 혐의에 포함했다. 박 전 수석은 2011년 2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직후 중앙대 총장 퇴직금 3억5600여만 원 중 2억6400만 원을 임대 보증금 명목으로 선입금했다. 이후 3년 5개월간 매월 132만 원의 임대 수익을 올렸다. 검찰은 이 중 법정이자율 5%를 넘은 총 6314만 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당초 혐의를 부인하던 박 전 수석은 최근 혐의를 일부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사로 나온 박 전 수석은 기자에게 “몸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