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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징용 반영을”… 日 “그럴 수 없어”

입력 | 2015-05-23 03:00:00

도쿄서 ‘세계유산 등재’ 첫 협의
韓 “7곳 등재문에 사실 적시해야”… 日 “산업혁명 유산… 징용과 무관”
접점 못찾으면 7월 유네스코 표결




22일 일본 도쿄 외무성에서 한국의 최종문 유네스코 협력대표(오른쪽)와 일본의 신미 준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이 악수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이날 조선인 강제징용 시설이 포함된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를 놓고 첫 협의를 가졌다. 주일 한국대사관 제공

조선인 강제동원 시설이 포함된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를 놓고 한일 양국이 22일 오후 도쿄(東京) 외무성 청사에서 첫 협의를 가졌다. 한국의 최종문 외교부 유네스코 협력대표(차관보급)와 일본의 신미 준(新美潤)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국장급)이 각각 수석대표로 나선 이날 협의는 오후 2시 10분부터 시작돼 2시간 50분 동안 진행됐다.

한국 정부는 조선인 강제징용 관련 시설을 등재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을 등재 결정문에 반영하라고 일본 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이달 초 세계유산위원회(WHC) 산하 민간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일본이 신청한 23개 유산의 등재를 유네스코에 권고한 점을 들어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고집했다. 일본 측은 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시설은 1850년부터 1910년까지 (일본의) 산업혁명을 가져온 유산이고 조선인 강제징용 역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 측은 ICOMOS가 ‘일본은 모든 유적지의 전체 역사(full history)를 이해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한 사실을 내세워 1910년 이후의 역사도 등재 결정문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사는 협의가 끝난 뒤 “1940년대 강제징용 역사의 (등재 결정문) 반영은 양보하지 못하지만 어떻게 반영시킬지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측은 이날 협의에서 △조선인 강제징용이 확인된 7개 유적지를 빼고 등재하는 안 △23개 모두 등재하되 7개에는 강제징용 내용을 명시하는 안 △7개 유적지에 강제징용 관련 영상물이나 안내 표지판을 세우는 안 등을 일본 측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이날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까지 나서 강제징용을 명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이해를 얻도록 어두운 측면도 밝힐 것이냐’는 질문에 “유네스코에서 권고가 그대로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답변했다.

한일 협상단은 양자 협의를 계속 갖기로 했다. 양국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 6월 28일∼7월 8일 독일 본에서 열리는 제39차 유네스코 WHC 회의에서 표결로 판가름이 나게 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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