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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 스타일 더 익숙”

입력 | 2015-05-20 03:00:00

LPGA 첫 승 신고 이민지 인터뷰… 어머니도 한국서 프로골퍼 지망
고국 드라마 즐기고 한식 좋아해… “항상 겸손” 외할머니 말씀 큰 교훈




JNA 제공

호주 교포 골프 유망주 이민지(19·사진)는 한국 기업인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다. 의류는 국내에 기반을 둔 데상트골프와 계약했다. 던롭 스릭슨의 용품을 지원받는 데는 한국 지사인 던롭코리아의 요청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의 이런 관심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나 미국 교포 미셸 위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최준서 한양대 교수(스포츠산업)는 “이름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이민지는 영문명을 쓰는 다른 교포 선수와 달리 한국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어 친숙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끝난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미국 LPGA투어 데뷔 첫 승을 거둔 이민지는 19일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서 진행된 전화 인터뷰에서 “호주 퍼스에서 태어나 쭉 자라긴 했어도 한국 문화와 전통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한국에 있을 때 프로골퍼를 지망했던 어머니 이성민 씨는 딸에게 땀의 소중함과 함께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강조했다.

이민지는 김세영, 김효주 등 한국에서 건너온 미국 LPGA투어 동기생들이 먼저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동기 부여가 됐다고 했다. “욕심이 생긴 건 아니고 다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어프로치와 쇼트게임이 잘 안 돼 4번 예선 탈락한 뒤 무엇보다 퍼팅 연습에 집중해 효과를 봤다.”

주니어 시절 세계 아마추어 랭킹 1위로 주목받았던 이민지는 “시드니에 사는 외할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유명해지거나 성공하더라도 변하지 말고 늘 겸손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겐 소중한 교훈이다”라고 말했다.

이민지는 대회 때 호텔 숙소에서 인터넷으로 한국 TV 드라마를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요즘은 ‘냄새를 보는 소녀’라는 미니시리즈를 즐겨 보고 있다고 한다. 꼬리곰탕이나 보쌈 등 한국 전통 음식도 좋아한다. 스트레스 해소와 영양 보충도 한국식으로 하고 있는 이민지는 이번 대회 마지막 라운드가 이틀에 걸쳐 열리면서 자신이 가장 뛰고 싶어 하는 2015 US여자오픈의 예선전 출전이 무산됐다. 하지만 우승으로 US오픈 자동 출전권을 얻었다. 이번 주 세계 랭킹은 지난주보다 40계단 상승한 19위까지 점프했다.

올 시즌 만 20세 이하 선수로는 리디아 고, 김효주에 이어 세 번째로 위너스 클럽에 가입한 이민지는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호주 대표로 출전할 것이 유력하다. 호주의 전통 무기 부메랑처럼 한국적인 토양에서 성장한 이민지가 코리아 군단의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수도 있다. 이민지는 “한국에 워낙 좋은 선수가 많다. 난 아직 부족하다. 일관성을 높여 안정된 성적을 내는 게 다음 목표”라고 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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