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을 남기고 떠난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 블루팡스 단장 겸 스포츠구단 운영담당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일선에서 물러난다. 신 전 감독은 1995년 삼성화재 배구단 사령탑으로 취임해 7시즌 연속우승 등 V리그에서만도 8차례의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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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 스포츠 총괄 단장겸 부사장 승진
감독서 구단 임원, 김응룡 사장 이어 2번째
4개 스포츠팀 총괄 운영…영향력 더 클 듯
당분간 임도헌 새 감독 체제 바람막이 자처
지난 20년간 배구계를 이끌어온 삼성화재 신치용(60) 감독이 마침내 현역에서 물러난다. 그렇지만 영전이다. 제일기획은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화재 배구단의 운영주체가 6월 1일자로 제일기획으로 이관된다고 알렸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4월 축구단 블루윙스, 남녀농구단 썬더스와 블루밍스를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으로부터 각각 인수했다. 삼성은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스포츠단을 통합 관리하는 그랜드 디자인을 구상해왔다. 배구단 블루팡스의 이전도 이에 따른 것이다. 제일기획은 “경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 배구단의 상징이었던 신 감독은 후배 임도헌 코치에게 지휘봉을 물려주고,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 블루팡스 단장 겸 스포츠구단 운영담당 임원(부사장)으로 승진해 새로운 업무를 맡는다.
● 화려했던 ‘신치용 왕국’의 끝과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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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면서 블루팡스의 바람막이 역할 자처한 신치용 부사장
V리그 통산 279승74패를 기록한 ‘거인’ 신치용은 현장을 떠나지만 배구와의 인연을 이어간다. 단장으로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 멤버가 된 이상, 배구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소외됐던 현장의 목소리를 KOVO의 정책에 많이 반영할 전망이다.
신 감독은 임도헌 신임 감독을 중심으로 한 배구단 운영의 골격을 확정하면서 당분간은 선수단의 바람막이 역할을 자처했다. 다른 종목까지 총괄하는 임원이면서도 격에 맞지 않게 배구단 단장을 겸임하는 이유다. 그 자리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수많은 스포츠 팀을 지도했던 현장 감독들 가운데 구단 임원에 오른 사람은 프로야구 김응룡 사장이 최초다. 신 감독은 2번째지만, 4개 스포츠 팀의 총괄운영을 담당해 영향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현장을 떠나기 직전까지 선수들과 하루 4차례 훈련하며 다음 시즌에 대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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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단과 농구단에 이어 배구단까지 제일기획의 우산으로 들어가면서 구단 운영방식도 많이 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소속회사의 이름을 붙였던 팀들은 지난해부터 삼성이라는 공통의 이름만 사용하고 있다. 배구단도 ‘대전 삼성 블루팡스’가 새로운 이름이다. 구단 운영은 이전까지 팀을 이끌던 회사가 네이밍스폰서 형식으로 제일기획에 지원하는 형태다. 배구단의 예를 들면, 삼성화재가 제일기획과 광고계약을 맺고 광고료를 주면 그 돈으로 구단을 운영하게 된다. 배구단 관계자는 “당분간은 지원금액에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은 그룹 내 수많은 스포츠 팀을 하나로 묶으면서 야구단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번 결정에서 야구단은 빠졌지만, 새로운 변화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야구단은 독립법인인데다, 지금이 시즌 중이라 결정하기 어렵고 지분 문제도 있다. 그렇지만 시즌 뒤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삼성의 통합 스포츠단은 서울 강남에 새 사무실을 열고 6월 1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