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의 균형, 가족친화경영] 대기업, 中企 배려 프로그램 활발
현대자동차그룹은 서울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에 있는 협력업체의 직원 및 가족을 초청해 매년 문화공연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에이치 페스티벌’에 참석한 현대차그룹의 임직원 및 협력사 직원과 가족이 환하게 웃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지난해 3월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임직원뿐 아니라 협력사의 직원 및 가족 1만여 명을 초청해 ‘에이치 페스티벌(H-Festival)’을 열었다. 국내 정상급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하는 뮤지컬 갈라쇼를 시작으로 유명 가수들이 함께한 공연이었다.
2011년 처음 시작한 이 행사는 임직원과 문화에 소외된 지역 협력사의 직원과 가족에게 문화를 통해 여유 있는 삶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현대차그룹 측은 “서울을 시작으로 울산과 수원 당진 전주에 있는 협력사 가족을 초청해 연간 총 5만여 명에게 ‘문화가 있는 날’을 매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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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가족친화경영을 통한 중소 협력업체의 생산성 향상이 전체적인 품질 및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 사업모델을 협력사 혜택으로
협력사 직원들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주는 기업도 상당수다. 협력사 임직원 자녀 중 선발기준에 맞는 30명을 대상으로 각각 3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SK텔레콤 외에도 현대백화점은 1000여 개 협력사 임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2억5000만 원 규모의 장학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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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청업체의 근무 스케줄도 고려
최근에는 중소기업들도 인재를 구하고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가족친화 경영을 받아들이는 추세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육아휴직제 등의 가족친화경영 제도를 활용하는 비율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비하면 여전히 현저히 낮다.
최근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2012, 2013년 가족친화경영 무료 컨설팅을 받은 441개 기업과 공공기관을 분석한 결과 육아휴직제를 활용하는 중소기업은 74.1%였던 반면에 공공기관의 91.5%, 대기업의 90.1%가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업무 특성상 원청기업인 대기업의 태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대기업의 근무 시스템이 변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하기 힘들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이 회의나 납품 발주 시간을 정할 때 하청업체의 근무 스케줄을 고려해 잡아주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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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임직원뿐 아니라 제철소에서 함께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도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현재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가족친화경영지원센터는 중소기업의 가족친화경영을 무료로 컨설팅해주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중소기업의 가족친화경영 수준을 높이려면 정부가 일회성의 현금성 지원보다는 중소기업들이 밀집한 지역에 어린이집을 늘리는 등 인프라 확충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