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셰프/마이클 기브니 지음·이화란 옮김/272쪽·1만4000원·처음북스
‘위, 셰프’의 저자 마이클 기브니도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의 레스토랑에서 일해 온 셰프다. 많은 셰프가 자신의 ‘작품’을 얘기하는 것과 달리, 그는 자신의 ‘직장’ 얘기를 한다. 레스토랑 주방에서 겪는 하루가 이 책에 담겼다. 치열하고 사실적이다.
주방의 상태는 아침이 최상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식기류, 제자리에 있는 냄비와 팬, 물기가 말라 반들반들한 바닥. 그러나 이 하모니는 곧 깨질 수 있다. 접시를 깨면 ‘바보’ 소리를 듣고, 고기를 너무 오래 구웠다면 ‘고무신을 만들었냐’는 소리를 듣게 된다. 사고를 친 조수에게 접시가 날아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마냥 분노에 휘둘려선 안 된다. 시퍼런 불꽃이나 냉혹한 칼날은 봐주지 않는다. 요리사들 사이에서 화상이나 자상을 입는 건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손가락을 다쳐 동료들을 주방에 남겨 놓고 떠나는 건 용서받지 못할 범죄다.
셰프가 내보이는 주방의 풍경은 치열하고 사실적이다. 막내부터 수석 셰프까지 ‘계급’이 있고 정치적 암투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요리 실력이다. “주방을 떠나서 보낸 시간이 얼마나 길든지 요리는 언제나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라고 외치죠”라는 책 속 셰프의 말에서, 하나의 직업을 가질 때 그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