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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때도 ‘연양갱’ 만들어… ‘허니버터칩’으로 名家 재건

입력 | 2015-05-07 03:00:00

[‘고희(古稀) 기업‘에게 배운다]<3>해태제과




우리나라가 광복되던 해인 1945년 첫선을 보인 후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는 과자가 있다. 바로 국내 최장수 과자 제품인 ‘연양갱’이다. 제조사인 해태제과는 6·25전쟁 중에도 부산으로 공장을 옮겨가며 연양갱 생산을 멈추지 않았다. 연양갱과 해태제과는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 국민과 보릿고개 함께 넘은 기업

“우리 어린이들을 위해 맛있고 영양 많은 과자를 많이 만들어 주세요.”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0년 5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해태제과 공장을 찾아 임직원들에게 “과자를 마음껏 먹는 외국 어린이들을 보며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이 마음 아팠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해외 순방을 마치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해태제과 공장을 방문한 참이었다.

1950∼70년대 해태제과는 이처럼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 대다수에게 ‘국가대표 제과기업’으로 통했다. 1960년 문을 연 양평동 공장의 규모는 1만1570m²(약 3500평)로 당시 국내 제과업계에서 가장 컸다.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걸쳐 우리나라가 보릿고개를 넘어서게 되면서 다양한 먹을거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자연히 국내 제과업체들은 성장가도를 달렸다. 특히 해태제과에는 수십 년 동안 고객의 사랑을 독차지한 스테디셀러가 많았다. 1970년 출시된 ‘부라보콘’을 비롯해 ‘에이스’(1974년 출시), ‘맛동산’(1975년), ‘바밤바’(1976년), ‘계란과자’(1977년), ‘홈런볼’(1981년), ‘오예스’(1984년) 등이 그렇다.

1972년 약 100억 원이던 해태제과의 매출은 1982년에는 20배가 넘는 2136억 원으로 늘었다.

○ 부도 위기에 국민들 “해태 살리자”

해태제과 경영진은 1970년대부터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1979년 해태전자를 필두로 광고대행사 코래드(1981년), 프로야구팀 해태 타이거즈(1982년) 등을 만들었고 1990년대엔 인켈과 나우정밀을 인수했다. 그 결과 해태그룹은 재계 순위 24위(1996년 말)까지 올랐다.

그러나 과도한 몸집 불리기는 결국 해태의 발목을 잡았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자금 압박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해 11월 해태제과 등 3개 계열사는 부도를 맞았다.

당시 해태 이외에도 적지 않은 기업이 경제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해태제과는 달랐다. 1등 제과기업의 재기를 절실히 바라는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미디언 김병조 씨를 비롯한 연예인들이 ‘해태살리기운동본부’를 결성하고 “해태제품을 하나 더 사먹자”고 호소했다. 결국 2004년 10월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으며 재기의 발판이 마련됐다.

○ 혁신 DNA로 제과업계 트렌드 주도

2000년대 들어 제과업계는 이전과 전혀 다른 경영 환경과 마주하게 됐다. 참살이(웰빙)를 추구하는 풍토와 수입 과자의 확산은 그동안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됐던 제과업계에 고민을 안겨줬다.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의 거세진 입김도 불안요소였다.

이런 상황에서 해태제과를 인수한 크라운제과의 윤영달 회장은 화합과 혁신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우선 “(‘점령군’이란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크라운에서는 나 혼자 해태제과로 갈 것”이라며 운전기사조차 동행하지 않았고, 해태제과 직원 전원의 고용을 승계해 불안요소를 없앴다.

그리고 연구개발(R&D)을 통해 ‘새로운 틀’을 짜기로 했다. 2014년 하반기(7∼12월) 국내 제과시장을 휩쓴 감자스낵 ‘허니버터칩’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허니버터칩은 감자스낵에 단맛과 짠맛을 가미한 혁신적인 제품으로 십수 년 만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허니버터칩은 70년 해태제과의 혼과 개발자의 투혼, 최고경영자의 뚝심이 한데 어우러져 나온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허니버터칩의 등장으로 해태제과의 성장에는 다시 탄력이 붙었다. 허니버터칩은 지금도 완판행진을 계속하며 품귀현상을 빚고 있으며 허니통통, 허니콘팝 등 후속 제품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해태제과의 올해 매출이 2014년(약 6900억 원)보다 13%가량 증가한 78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남대일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해태제과의 사례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브랜드 파워와 끊임없는 혁신”이라며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은 위기를 뛰어넘어 재기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기업 장수의 비결은 혁신에 있다는 것이 해태제과가 주는 교훈”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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