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최대실적 한컴 김상철회장 “핀테크 등 융합 IT시장에도 투자”
한국어로 입력하면 동시에 영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전 세계 모든 언어로 문서가 번역돼 만들어지고, 이 과정이 음성으로도 가능한 프로그램. 바로 김상철 한글과컴퓨터(한컴) 회장(62·사진)이 목표로 하는 오피스 소프트웨어의 형태다.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한글과컴퓨터 사옥에서 만난 김 회장은 “한컴은 한국이라는 정보기술(IT) 강국에서 25년 동안 정부와 국민에게 인정받은 기업”이라며 “한글의 정체성으로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컴은 올해 1분기(1∼3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192억 원) 대비 10% 증가한 212억 원, 영업이익은 18% 증가한 90억 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김 회장은 “모바일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수요가 급증했다”며 “최근 출시된 ‘갤럭시S6’ 스마트폰에도 기본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으로 한컴오피스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컴의 주력 제품이자 글로벌 2위 오피스 소프트웨어인 한컴오피스는 모바일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70% 성장했다.
한컴은 그룹 관계사와 협력해 융합 IT 사업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금은 ‘판’이 바뀌는 중요한 시기”라며 “핀테크와 웨어러블 등 신산업과 한컴이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 파워가 융합할 수 있도록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프트포럼’과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업 ‘MDS테크놀로지’ 등 관계사 협력을 통해 올해 안에 핀테크 서비스도 론칭할 계획이다. 음성인식 기반 자동통역기와 웨어러블 기기 개발도 조만간 달성할 목표다.
김 회장은 2010년 한컴을 인수해 8번째 주인이 됐다. 한컴은 1990년 이찬진 전 대표가 설립한 뒤로 ‘오피스 소프트웨어 시장의 네이버’를 표방했지만 주인이 자주 교체되며 혼란기를 거쳤다. 인수 이후 지난해까지 한컴은 총 270명, 전체 인원의 50%를 넘는 인원을 신규 채용했다. 근무 환경과 복지도 대폭 개선했다.
앵무새 새장이 있는 사내 식물원과 장미 옥상, 직원용 극장도 모두 김 회장의 아이디어였다. 1978년 금호전기 영업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 회장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승패는 개발자의 창의성에서 갈린다. 사람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IT 업계 내에선 드물게 퇴직률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