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소설엔 있고 국내 소설엔 없는 흥행 요인
《 리안 모리아티,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톰 페로타…. 최근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낯선 외국 작가들이다. 국내 출간 첫 책, 또는 두 번째 책이 베 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지난해 국내 소설은 해외 소설에 비해 부진했다.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빠진 국내 인기 작가의 신작 소설이 나오지 않은 데 비해 무라카미 하루키, 파울루 코엘류 등 거물급 해외 작가의 신작은 잇달아 출간됐다. 올해 역시 해외 작품이 강세를 띠고 있다. 해외 소설엔 있고, 국내 소설엔 없는 흥행 비결이 무엇일까. 베스트셀러 해외 소설을 출간한 편집자, 주요 출판사 국내 소설 편집자,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 MD 등 10명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재미 소재 마케팅 등 3가지 요소를 들었다. 》
해외 소설에 있는 첫 번째 비결은 ‘재미’였다. 해외 소설 편집자 A 씨는 “인기를 모은 해외 소설의 국내 후기를 찾아 읽어보면 ‘단숨에 읽었다’는 말이 많다. 책의 경쟁 상대가 스마트폰인 만큼 장르성이 강해 읽는 재미를 주는 소설이 아니면 더는 팔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파격적 소재도 해외 소설의 특징이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의 ‘행복만을 보았다’에는 어린 딸을 총으로 쏘는 아버지가 등장하고, 톰 페로타의 ‘레프트오버’에선 한순간 인구의 2%가 사라져 버린다. 해외 소설 편집자 B 씨는 “색다른 소재 안에 가족, 행복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녹여 남녀노소의 공감을 사는 것이 인기를 모은 해외 소설의 특징”이라며 “읽기는 가볍지만 소설이 주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했다.
해외 소설 편집자 C 씨는 “작품성과 대중성이 검증된 해외 소설의 경우 확신을 갖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어 국내 소설보다 유리하다”고 답했다. 국내 소설 편집자 D 씨도 “예전보다 좋은 번역가가 훨씬 많아 해외 소설이 양과 질에서 국내 소설을 앞지르고 있다”고 했다.
○ “작가 중심에서 독자 중심으로”
국내 소설에는 독자와의 교감이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국내 소설 편집자 E 씨는 “국내 작가는 여전히 순문학 중심으로 아름다운 문장에 집착하지만 요즘 독자들은 문장에 대한 미감을 잃은 지 오래”라고 답했다.
서점 MD인 F 씨는 “다양한 대중문화의 세례를 흠뻑 맛보고 자라 재미와 자극을 원하는 20, 30대와 작가들은 전혀 소통을 못하고 있다. 어둡고 암담한 현실을 주로 다루니 갈수록 국내 소설은 무겁다는 이미지만 남는다”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