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광우 김석동 美법정 증인 출석” 론스타 “외환銀 매각 지연돼 손해”… 한국정부 첫 ‘투자자-국가간 소송’
소송 규모가 총 5조 원에 이르는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간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중재 재판이 이달 중순 미국에서 시작된다. ISD로 한국 정부가 외국 투자자와 벌이는 첫 재판이다.
3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이달 15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정부와 론스타 간의 첫 심리를 진행한다. 이어 7월에 2차 심리가 열리며 ICSID는 1, 2년 후 중재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소송전은 론스타가 2012년 11월 “한국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과 잘못된 과세로 손해를 봤다”며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에 따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외환은행의 인수 주체는 론스타 미국 본사가 아닌 벨기에 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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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판에는 2007∼2012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 과정에 간여한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대거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3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최근 확보한 소송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전광우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전임 고위 관료들이 워싱턴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윤용로, 론스타측 로펌行… “소송 관여안해” 해명 ▼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당시 의사결정 라인에 있던 ‘장(長)급’ 당국자들도 많이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한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할 기회이기 때문에 피할 이유가 없다”며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우리 입장을 방어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재 내용이나 증인 채택 여부 등 관련 사항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 채 소송에 대비하고 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과 법무부, 외교부, 금융당국, 국세청 당국자들로 범부처 대응팀을 구성했다. 정부 관계자는 “중재기관의 지시로 소송 진행 상황에 대한 비밀유지 약정을 맺은 데다 내용이 알려질 경우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줘 국익에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융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달 재판에서는 당시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 절차의 적절성이, 7월 2차 심리에서는 론스타에 대한 과세 문제가 각각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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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D는 해외 투자자가 특정 국가에 투자를 했다가 해당국의 법령이나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국제기구의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투자자들은 보통 ICSID에 제소를 한다.
한편 2007년 론스타와 HSBC의 외환은행 매각 합의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 최근 한국 내 론스타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에 고문으로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행장은 “나는 소송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30년 공직생활을 한 내가 국익의 반대편에 서서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신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