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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만으론 부족… 디자인에 소비자 마음을 담아라”

입력 | 2015-04-29 03:00:00

[2015 디자인경영포럼]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미래경영




28일 경기 성남시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열린 ‘2015 디자인경영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앤디 페인 인터브랜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총괄사장(CCO·위쪽). 페인 사장은 “앞으로 디자인은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유일한 수단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각 기업은 자신들의 디자인경영 성공 사례에 대해 강연했다. 아래쪽에서 첫 번째부터 송현주 삼성전자 상무, 주병철 현대자동차 내장디자인실 이사, 남상일 SK텔레콤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본부장. 성남=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제 막 시작된 ‘당신(you)의 시대’에서 디자인은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될 것입니다.”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회사 인터브랜드의 앤디 페인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총괄사장(CCO)은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열린 ‘2015 디자인경영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당신의 시대란 모든 브랜드가 소비자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소비자가 브랜드의 오너가 되는 시대를 의미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기업과 브랜드와 소비자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디자이너가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야 하고, 소비자가 디자이너가 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디자인이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

동아일보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2015 디자인경영포럼’은 올해로 2회째다. 기술이 평준화하면서 기업들의 차별화 수단으로 디자인이 필수 요소가 된 시대에 ‘K(한국)-디자인’의 성공 사례와 미래를 조망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엔 청중 260여 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강연에 앞서 축사에 나선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디자인은 ‘제조업 혁신 3.0’ 전략의 핵심 과제로, 정부는 주력 업종과 디자인 간 융합체계를 강화하고 거점별 디자인센터를 통해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페인 사장은 “브랜드에서 디자인의 가치는 정체성을 입증하는 수단에서 가치 창출 수단, 경험 창출 수단으로 진화한 뒤 이젠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수단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자인은 삶을 향상시키고 미래를 창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건 홍익대 국제디자인대학원장은 “디자인은 혁신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나 원장은 “새로움만 추구하면 독창성, 창의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엄청난 가치’를 창출해내야 혁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 원장은 디자인 경영의 미래로 “디자인 영역이 확장돼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동시에, 디자인이 너무 중요해 디자이너에게만 디자인을 맡길 수 없는 경영환경이 올 것”이라며 “감성과 경영 리더십을 모두 갖춘 종합적 디자이너가 필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향은 성신여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디지털 환경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사용자경험(UX)이라는 영역이 특히 진화하고 있다”며 “디자인 경영의 비전은 기능과 기술보다 일상의 혁신으로 이어지는 인본주의적 가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 디자인 경영으로 혁신을 끌어낸 사례들

송현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팀 그룹장(상무)은 “삼성전자의 디자인 정체성은 조형 혁신에서 사용성 혁신, 가치 혁신으로 진화했다”며 소비자를 배려한 디자인의 대표 사례로 애벌빨래가 가능한 세탁기 ‘액티브 듀얼 워시’를 제시했다. 송 상무는 “주부들은 부분적으로 묻은 얼룩을 제거하거나 예민한 옷감을 세탁하기 위해 손빨래를 하지만 그간 제품에서 문제의 본질에 대한 배려는 부족했다”며 “쪼그려 앉아 손세탁할 때보다 허리 부담을 43% 줄이면서 원래 생각했던 인도나 동남아시아 시장뿐만 아니라 한국, 미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주병철 현대자동차 내장디자인실 이사는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아름다움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것)를 소개했다. 주 이사는 “플루이딕 스컬프처의 대표 형태인 헥사고날(육각형) 그릴을 통해 30∼40m 밖에서는 현대차이지만 10∼20m 앞에선 각자의 얼굴을 드러내는 패밀리룩을 만들어냈다”며 “감성품질을 더한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의 첫 작품인 ‘제네시스’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강조했다. 디자인 경영을 통해 인터브랜드가 추산한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는 2008년 48억 달러(72위)에서 지난해 104억 달러(40위)로 크게 상승했다.

남상일 SK텔레콤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본부장(상무)은 콘텐츠 디자인의 키워드로 ‘엔터타이징(엔터테인먼트+애드버타이징)’을 제시하며 ‘콘텐츠디자인’을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하루 3000개의 마케팅 메시지를 접하는 가운데 ‘잘생겼다’ 로고송 같은 전염성이 강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주목을 끈다는 것이다. 또 SK텔레콤은 올해 TV 프로그램인 ‘삼시세끼 시즌2’와 협업을 진행했다. 삼시세끼 시즌2가 방영되기 전에 광고에 차승원 씨와 유해진 씨가 출연해 롱텀에볼루션(LTE)을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남 상무는 “삼시세끼와 기업의 광고가 상호 호기심을 자극한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은 29일 제작발표회를 진행하는 ‘이상하자’ 퓨전사극을 새로운 시도로 진행한다.

국내 안마의자 시장점유율 1위 회사인 바디프랜드는 2007년 설립 첫해 매출이 27억 원에서 올해 25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택 바디프랜드 사업전략본부장(이사)은 스타트업 성공의 비결로 디자인 혁신을 꼽았다. 김 이사는 “로고를 해외에서 ‘성적 소수자’를 연상시키는 무지개 색에서 차분한 색상으로, 제품 디자인은 찜질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마의자 모양에서 고급스럽게 바꿨다”며 “기존 중년 배우를 기용한 광고 이미지에서 외국인 젊은 여성이 빨간색 안마의자에 앉아 잡지를 보는 사진으로 교체하며 소비자층을 50대에서 30대로 확산시켰다”고 소개했다. 바디프랜드는 디자인연구소를 통해 디자인 인력을 전체 직원의 약 10%인 40명까지 늘렸다.

▼ “생생한 사례 큰 도움 디자인 전략 길 찾아” ▼

참가신청 조기마감… 뜨거운 관심


강연 한마디도 놓치지 않게… 디자인경영포럼에는 당초 계획보다 훨씬 많은 260명이 참석했다. 강연이 끝날 때마다 질의응답도 활발하게 오갔다. 성남=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디자인경영포럼은 시작 전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참가자 접수 시작 5일 만에 260명이 신청해 일찌감치 마감됐다. 참가자 수는 당초 계획(200명)보다 60명이 더 많았다. 포럼이 열린 경기 성남 코리아디자인센터 컨벤션홀은 빈자리가 없이 빼곡히 찼다. 강연이 4시간 반 가까이 이어졌지만 참가자들은 연사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였다.

참가자들은 LG전자 쌍용자동차 삼성테크윈 현대건설 한국타이어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디자인 실무자, 브랜드 전략 담당자들이 주를 이뤘다. 한국문화재재단 제주도개발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공공기관 관계자들도 많았다. 홍익대 이화여대 등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행사장을 찾았다.

올해는 각 기업의 생생한 디자인경영 성공 사례를 위주로 세션을 구성했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스마트로봇 연구 기업인 ㈜아이피엘의 박경준 이사는 송현주 삼성전자 상무가 강연한 액티브워시 세탁기 사례를 들며 “작은 아이디어가 큰 가치를 만드는 실제 케이스를 보는 건 매우 드문 일인데 성공 사례를 자세히 알게 돼 좋았다”고 했다.

실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도움이 됐다는 반응도 많았다. 정효주 에몬스가구 대리는 “우리가 중소기업이다 보니 대기업은 디자인을 경영에 어떻게 접목시키는지 알고 싶었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는 디자인업체 ㈜라우더스의 최아름 기획팀장은 “디자인 쪽 일만 하다 기획팀장을 맡게 됐다. 디자인경영이 상당히 모호한 개념이라 실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는데 개념과 사례를 알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성남=강유현 yhkang@donga.com·최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