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지만 여전히 18일 행사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에 대해 행사 주최 측과 집회 관리 측 사이의 책임 공방은 가시지 않고 있다. 경찰의 차벽 설치가 불법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행사 주최 측은 2011년 헌법재판소가 내린 ‘서울광장 통행제지행위에 대한 위헌 결정’을 들어 경찰의 차벽 설치는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폭력 집회마저 정당화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헌재 결정이 나오게 된 집회 상황과 4·18 세월호 추모 집회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4·18 집회의 경우 1만여 명의 시위대가 도로 전 차로를 점거한 채 청와대 방면으로 미신고 행진을 강행한 만큼 공공의 안녕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있었다. 또한 경찰은 차벽을 시위대가 도로에 진출한 후에 설치한 데다 이후 상황에 따라 차벽을 해제하는 등 국민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했고, 일시적으로 통행을 제한한 행위로 얻는 공익이 침해받는 사익보다 결코 적다고 할 수도 없다.
만약 당시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지 않고 몸으로만 1만여 명의 시위대를 막았다면 더 큰 물리적 충돌과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설령 행사 주최 측이 경찰의 차벽 설치를 위법이라 판단했다 하더라도 소송 등 법적 구제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폭력적인 수단을 행사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모든 국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범죄 예방 및 수사, 교통 단속 및 위해 방지 등 법에 근거한 정당한 경찰작용이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불법·폭력을 행사한다면 우리 사회엔 무법과 무질서가 횡행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차벽 설치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또 이를 구실로 불법·폭력 집회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불법·폭력의 행사는 민주시민의식의 부재를 드러낼 뿐이며, 세월호 추모의 의미도 퇴색시킬 수 있다. 아무쪼록 이번의 논란과 진통이 앞으로 건전한 집회·시위 문화를 정착시키는 작은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