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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한점에 호수 한번… 입도 눈도 즐거워

입력 | 2015-04-28 03:00:00

[기차타고 떠나요! 신토불이 맛기행]<4>맛이 샘솟는 호남선 KTX 정읍역




정읍(井邑)은 ‘샘 고을’이다. 물이 맑고 깨끗할뿐더러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역사와 문화, 예술의 향기가 끊임없이 샘솟는다.

정읍이 호남선 고속철도(KTX) 개통과 함께 전북 서남권의 중심으로 다시 태어날 전기를 맞았다. 서울 용산역에서 호남선 KTX를 타면 정읍역까지 90분이면 도착한다. 과거보다 1시간이 단축됐다. 1912년 문을 연 정읍역은 KTX 개통 이후 이용객이 36%(주말 기준) 늘어 주말에는 하루 5000여 명이 타고 내린다. 평일에도 표가 매진되는 일이 잦다.

정읍역은 인근 고창과 순창, 부안 그리고 전남 장성과 영광, 담양까지를 아우르는 교통의 요충지이자 주변 관광의 출발점이다. 정읍역에서 차로 1시간 안에 갈 수 있는 명승지와 맛집이 즐비하다.

정읍은 ‘바른 세상과 변혁을 꿈꾸는 사람들’의 땅이기도 하다. 고운 최치원이 태산(태인)군수를 지냈고 충무공 이순신은 임진왜란 직전 정읍현감을 지내다 삼도수군통제사가 됐다. 120년 전 ‘제폭구민(除暴救民) 보국안민(保國安民)’의 기치 아래 한반도를 휩쓸었던 동학농민혁명을 이끈 세 거두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이 모두 정읍 출신이다. 증산교(강증산)와 보천교(차경석) 등 풍수도참과 민족종교의 산실이다. 현존하는 유일의 백제가요인 ‘정읍사’부터 최초의 가사문학 정극인의 상춘곡, 최근의 소설가 신경숙에 이르기까지 문학의 뿌리도 깊다. 풍류가 넘쳐 우도농악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내장산 상두산 두승산 등 큰 산이 끝나고 동진강을 따라 호남평야 너른 들판이 시작되는 지형이어서 일찍이 농경문화가 발달했고 물산이 풍부했다. 전남북, 산지와 들판의 경계지역이고 전라도 여인들의 손맛이 어우러져 음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고루 갖췄다. 1970년대 30만 명에 육박해 군 지역 가운데 전국 최대였던 인구가 12만 명으로 줄었지만 영화롭던 과거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내장산 자락에 펼쳐진 용산 호숫가에 자리 잡은 ‘단풍미인한우홍보관’은 전국 2위의 축산세(畜産勢)를 자랑하는 정읍의 특산 한우(사진)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경치를 조망하며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최근 새롭게 단장한 정읍사문화공원 앞 한우 식당들도 양이 푸짐하고 맛이 진하다.

정읍시는 도시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수송동에 ‘쌍화차 특화거리’ 조성을 추진 중이다. 30년 전통의 쌍화탕 집이 알려지면서 인근에 10여 곳의 전통찻집이 생겨나자 시가 특화거리 조성에 나선 것이다. 이곳의 쌍화탕은 동의보감 비방대로 숙지황 등 17가지 한약재를 달여 은행 밤 대추 등 견과류를 넣었다. ‘계란 노른자 동동 띄운’ 인스턴트 쌍화차와는 비교를 거부하는 주인의 자부심도 강하다. 전국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찾기도 하고 택배 주문도 많다.

단풍 명소 내장산 입구에는 산채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 50여 곳이 모여 있다. 두릅 당귀 머위 참나물 등 30∼40가지 나물이 나온다. 한정식은 정읍 시내에도 맛집들이 즐비하다. 떡갈비와 참게장 백반이 대표적인 메뉴다. 밑반찬도 감칠맛이 나고 풍성하다. 대를 이어온 주인장의 내공을 느낄 수 있는 쫄면과 진한 국물이 넉넉한 팥칼국수로 소문난 집도 있다.

정읍 사람들이 자주 찾는 맛집 중에는 40년 동안 쑥해장국을 주 메뉴로 하는 집도 있다. 샘골시장 안에 있는 순댓국밥집도 유명하다. 내장산 부근 쌍암동 수목원마을에 있는 떡집도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다섯 형제가 마을 주민들과 함께 대규모로 모싯잎을 재배해 지역 농산물을 재료로 모싯잎송편과 두텁떡을 만든다. 부부의 날(5월 21일)에는 ‘찰떡궁합21’ 떡 세트 주문이 쇄도한다.

정읍 인근에는 동백꽃으로 알려진 고창 선운사와 풍천장어, 부안 변산반도와 바지락죽, 고추장 고을 순창의 강천사와 백반이 유명하다. 전남 영광의 불갑사와 굴비정식, 담양의 메타세쿼이아길 죽녹원과 대통밥도 정읍역에서 1시간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정읍=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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