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극 ‘앵그리맘’ 음악 담당…재즈 트럼페터 이주한
24일 서울 이태원에서 만난 트럼페터 이주한. 드라마 ‘앵그리맘’의 음악을 맡은 그는 “학교를 다룬 드라마를 보면서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이란, 미얀마, 일본, 수리남, 미국을 오가던 나의 혼란스러운 청소년기가 떠올랐다. 당시 작곡과 연주에 매달리며 외로움을 잊었다”고 회고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학생들의 싸움 장면에선 경쾌하게 달리는 빅밴드나 비밥 재즈가, 애잔한 신에선 재즈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앵그리맘’의 음악을 맡은 이는 재즈 트럼페터 이주한(50)이다. 20년 넘게 국내 최고의 트럼펫 주자로 활약한 그가 영화나 드라마의 음악 연출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24일 오후 서울 이태원의 음악작업실에서 이주한을 만났다. 그는 “팝재즈 그룹 윈터플레이를 하면서 팝에 경도된 노선을 걷는다는 지적도 받았는데 이번에 제 DNA인 재즈를 맘껏 펼쳐 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광고 로드중
등장인물마다 고유한 음악 테마가 있다. 그는 비리 사학의 우두머리인 홍상복 회장(박영규)이 등장할 때를 위해 ‘뉴올리언스 베이스’를 만들었다. 미국 뉴올리언스 재즈 스타일의 박진감 있는 드럼 위로 흐르는 베이스의 저음은 홍 회장의 권력을 상징한다. 도정우 선생(김태훈)이 어두운 계략을 짤 때는 ‘킬러 피아노’란 곡을 썼다. 편안한 피아노 선율과 음산한 노이즈를 병치한 곡. “서스펜스를 조성하는 동시에 교육부 장관인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도정우의 과거 아픔을 보듬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음악감독 눈으로 본 ‘앵그리맘’ 최고의 장면은 뭘까. 그는 학교재단의 권력 아래 억울한 죽음을 당한 학생 진이경의 장례식을 꼽았다. “박노아 선생(지현우)이 슬피 울 때 감성적인 ‘베스트 홈’이 깔렸거든요. 영상을 보다 저도 따라 울었어요. 속으론 ‘야, 이거(드라마 음악작업) 죽이게 재밌다’ 생각했죠.”
그는 “드라마를 50∼60분짜리 라이브 콘서트라고 보고 관객의 맘을 움직이듯 음악을 만든다”고 했다. 그는 1월부터 현재까지 드라마를 위해 40곡 이상 썼다. 변주까지 치면 70곡이 넘는다. 드라마엔 원곡 일부가 짧게 편집돼 사용된다. 그는 원곡 그대로 담은 사운드트랙 앨범을 다음 달 낼 계획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