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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들녘의 1m² 네모꼴…우리에게 말하려는 것은

입력 | 2015-04-27 03:00:00

김윤호 사진전 ‘m²’




김윤호의 ‘773, ㎡’(2015년). 사진 한가운데 네모는 1㎡의 면적 표시, 제목은 피사체로 삼은 땅의 면적이다. 에르메스코리아 제공

최근 방영을 시작한 TV 주말드라마의 한 장면. 큐레이터의 그럴싸한 설명을 흘려듣던 갤러리 방문객이 말한다. “4000만 원? 싸주세요. 그 정도 값이면, 좋은 거겠지.”

서울 강남구 한복판의 아뜰리에 에르메스에 찾아가 전시를 둘러보는 건 그리 편안한 행위가 아니다. ‘돈이면 뭐든 된다’고 웅변하는 듯한 거리에 자리한, 명품 브랜드 숍의 부속 갤러리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돈 생각’을 걷어내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5월 31일까지 열리는 김윤호의 사진전 ‘m²’ 역시 깔끔하고 세련되게 정돈한 공간과 조명이 먼저 눈에 밟힌다. 큼직하게 프린트한 사진을 벽에 걸지 않고 높낮이를 다양하게 둔 평상에 얹어 듬성듬성 줄지어 늘어놓았다. 어떤 것은 허리, 어떤 것은 발목 높이다.

설치의 표정을 치워내고 온전히 사진만 들여다볼 때 이 전시는 언급할 까닭을 얻는다. 지난 봄 ‘풍경사진은 큰 노동이 필요 없는 창작행위’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나라의 가장 호화로운 공간에 놓인 풍경사진. 텅 빈 논밭에 노끈 또는 막대기로 1m²의 네모꼴을 앉혀놓았다. 관람객은 땅을 내려다보듯 그것을 내려다본다. 각 사진의 제목은 피사체로 삼은 땅의 면적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땅을, 세상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방식이라는 표식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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