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크형제, 2년간 9억달러 지원 표명 “가능성 큰 후보 골라 밀어줄 것” 美정가 안팎 “금권정치” 비판여론
이 가문은 이렇게 쌓은 재산을 자유주의 정치 확산에 집중 투자해 왔다. 코크 형제는 미국 보수주의 싱크탱크를 대표하는 헤리티지 재단의 주요 후원자이자 좀 더 진보적인 케이토 연구소와 좀 더 보수적인 티파티 운동을 후원하는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의 공동 창립자이다.
과거엔 이들이 막후 자금줄 역할만 했다면 2000년대 들면서 정치 현장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 뒤 작은 정부와 개인의 자유 선택권 확장 등 자신들의 신념을 확산시키겠다며 공화당에 대한 전폭적 지지에 나섰다. 올해 1월에는 2016년 미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공화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 2년간 9억 달러(약 9733억 원)의 거금을 쏟아붓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2012년 대선과 각종 선거에서 쓴 자금 4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매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영향력 있는 100인의 단골 후보인 이들은 올해에도 ‘거물’ 부문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코크 형제가 20명 가까이 난립한 공화당 후보를 사실상 5명으로 압축한 셈이다. 이 다섯 후보 중에서 코크 형제가 최종 낙점한 후보에게 표가 쏠릴 가능성이 커졌다. 뉴욕타임스는 코크 형제가 워커 지사를 가장 선호한다고 20일 보도했다. 최근 타임지가 발표한 올해 영향력 있는 100인의 코크 형제 소개 글을 쓴 사람은 폴 의원이었다. 올해 1월 코크 형제가 주최한 겨울 세미나에 참석한 4인의 후보 토론회의 우승자는 루비오 의원이었다. 찰스 코크는 올해 여름 세미나에선 당시 참석하지 못한 부시 전 주지사를 초청해 다른 4인과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정치가 금권정치에 물든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