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해역 방사능 농도 측정 현장 참관해보니
20L짜리 물통이 실험실 앞 복도에 줄지어 서 있다(위). 부유물 제거 장치(가운데)로 물통에 담긴 바닷물에서 부유물을 제거해야 방사성 물질을 모을 수 있다. 아래는 방사성 세슘을 붙인 침전물을 모은 모습.
7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방사능분석센터 실험실. 복도에는 약수터에서나 보일 법한 20L짜리 물통 수백 개가 늘어서 있었다. 물통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다. ‘203-03 표층 3월 8일 9시’ 같은 식이다. 203-03 구역에서 3월 8일 오전 9시에 떠온 바닷물이라는 뜻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매년 한반도 삼면의 바다 20여 곳에서 바닷물을 떠와 방사능 농도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바닷물을 채집할 수 있는 전용 선박이 없어 연간 3∼4차례 국립수산과학원이 운용하는 해양조사선의 도움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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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착제 AMP와 방사성 물질이 들러붙은 가루를 검출기에 넣고 방사성 세슘의 농도를 측정한다.
실험실에 도착한 바닷물은 부유물 제거 작업부터 받는다. 둥근 종이 필터에 바닷물을 통과시키면 필터에는 부유물만 남는다. 필터를 통과한 바닷물은 60L짜리 수조에 옮겨지고 이때부터 방사성 물질 흡착 과정이 진행된다. 세슘 134와 137 등을 뽑아내는 것이다.
윤주용 방사능분석센터장은 “산성도(pH)를 1∼2로 낮춘 뒤 방사성 세슘을 붙이는 시약인 ‘AMP’를 넣는다”면서 “시약 때문에 수조 속 바닷물이 노랗게 변한다”고 말했다.
노랗게 물든 바닷물을 20시간 이상 두면 방사성 세슘과 시약이 결합해 침전물이 쌓인다. 이 침전물만 떠내 말리면 노란 가루가 나오고, 감마선 계측기로 이 가루를 분석하면 방사성 세슘의 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세슘 134는 검출된 적이 없고 세슘 137만 검출됐다.
원자력안전기술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 당시 해수 1kg당 세슘 137은 평균 1.71mBq(밀리베크렐)이었다. 이후 1.64mBq(2012년), 1.69mBq(2013년), 1.78mBq(2014년)로 지난해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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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기술원은 러시아가 25년간 동해, 오호츠크 해 등 한반도 주변 해역에 액체와 고체 방사성 폐기물을 지속적으로 투기해왔다는 사실이 1993년 드러나면서 1994년부터 방사성 세슘 농도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수조로 옮겨 담은 바닷물에 방사성 세슘과 잘 들러붙는 흡착제 AMP를 넣는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제공
한반도 인근 해역과 맞닿아 있는 일본 해역의 방사능 농도는 훨씬 높다. 일본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대량 누출된 뒤 일주일에 한 번씩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측정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사고 원전에서는 여전히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원전 배수구 앞은 2011년 해수 1kg당 세슘 134와 137 모두 1억 mBq까지 치솟았다. 그뒤 점차 줄었지만 지금도 1000mBq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배수구에서 북쪽으로 15km 떨어진 해역은 10∼100mBq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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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본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전 지구적인 해류 순환으로 캐나다 연안까지 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