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가치관/SNS 조사] 본보-서강대 나은영 교수, 2030세대 3630명 ‘모바일 심리테스트’
동아일보 탐사보도팀은 1∼20일 동아닷컴이 개발한 SNS툴을 활용해 ‘가치관 모바일 심리테스트’를 실시했다. 페이스북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총 3630명이 참여했다. 테스트 결과의 유형을 유명 캐릭터로 분류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자신의 가치관 유형도 확인할 수 있다.
○ “가족보다 나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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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회의 때 내 자료의 오류를 지적한 후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위계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놓고 지적하면 안 된다” “틀리더라도 후배가 참아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과거 기성세대에 비해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낼 것 같지만, 상사나 연장자를 함부로 대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
권위주의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은 ‘내가 사장이라면 어떤 직원을 쓸까’였다. 권위주의적 성향이 강한 사람은 능력보다는 말을 잘 듣는 직원을 선호한다. 사사건건 사장 말에 반대하는 사람까지 시원하게 받아들인다면 탈권위주의적 성향에 가깝다.
이번 조사에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 확실히 나타났다. 탈권위주의지만 개인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1박 2일’ 정준영 유형까지 합치면 ‘가족보다는 나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개인주의 성향이 전체 응답자의 66%를 넘겼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국제시장’ 황정민 유형은 20%에 불과했다. 영화 ‘국제시장’이 관객 1000만 명을 넘겼을 때 “별로 와 닿지 않는다”는 젊은이가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가장 적은 비율은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가족을 항상 배려하고 염려하는 다정한 아버지 유동근 유형(13.9%)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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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장과 성평등성을 측정한 심리테스트에서는 전체 응답자 중 65%가 자기주장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생’에서 당찬 커리어우먼으로 나온 안영이 유형(33.27%)과 ‘사랑과 전쟁’ 시어머니 유형(31.92%)이 가장 많았다. 자기 목소리가 작고 겸손·배려를 택한 사람(35%)을 크게 앞질렀다. SNS에서 논쟁이 붙었을 때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이유도 남의 이야기를 여유 있게 들어줄 사람이 부족한 탓으로 분석된다.
능력에 따라 사람 간에도 차등이 있을 수밖에 없고 ‘오디션식 약육강식’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사람도 65%로 다수였다. ‘서바이벌식 오디션에서 간발의 차로 떨어지는 탈락자들’에 대한 태도로 “안타깝지만 삶이 정글이니 승자를 가려야 한다” “이후 패자부활전 등의 기회를 노려야지 별수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많았다.
배우자에 대한 태도로도 자기주장성을 평가할 수 있다. ‘부부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고칠 건 ‘고치라’고 분명히 요구한다”거나 “표현을 부드럽게, 유화적으로 눈치를 준다”는 사람이 “어지간하면 싫은 소리 하지 않는다” 또는 “참는다”는 사람들보다 많았다.
○ 마지막 전쟁터=‘남성 vs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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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2030 여성의 대다수는 안영이 타입인 반면에 2030 남성 중 적지 않은 수가 시어머니 유형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성평등성(성역할 분담)을 측정하는 문항에서 입장이 가장 대립된 셈이다. ‘회의 준비 시 남녀 막내사원 중 비품 정리와 다과 준비를 누구에게 시켜야 하는지’ ‘부부가 가사 분담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혼 약속 전 연인의 과거 문제’에 대해 질문했다.
안영이 타입은 “남녀 간에 차이는 없으며 가사 분담, 회사 업무를 똑같이 해야 한다”는 성향이 강한 반면에 시어머니 타입은 “남자에게 적합한 역할과 여성에게 적합한 역할이 있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누가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에 따른 가치관 갈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어머니 유형으로 나온 원명균 씨(28·회사원)는 “남녀 차별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남자가 했을 때 편한 일이 있고 여성이 했을 때 편한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웹사이트에서 유행하고 있는 ‘김치녀’라는 표현이 나온 배경을 설명한다. 여성을 비하하는 뜻의 이 단어는 ‘데이트 비용을 남자에게 전가하거나 결혼 비용을 남자에게 기대는 여자’로 통용된다. 직장과 학교에서 급격한 진출을 했으면서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전통적인 성역할대로 하자’는 일부 여성에 대한 남성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지현 isityou@donga.com·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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