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 고양시 ‘행복한 절’에서 만난 무여 스님(왼쪽)과 한산 스님. 세속에서는 자매로, 불가에서는 사형제로 살아가는 두 스님의 인연이 기막히고 아름답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더러 알려진 경우도 있지만 이미 먹물 옷을 입은 이들에게 새삼 “왜 출가했냐”고 묻는 것은 우문이자 예의에 어긋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엔 어쩔 수 없이 묻고 말았다. 1개월 전 두 스님이 찾아왔다. 약속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불쑥 찾아온 비구니 스님들을 물리치기는 어려웠다. 이들은 ‘오직 즐거움 뿐’이라는 마음수행 컬러링북을 알리고 싶어 찾아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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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35)과 무여 스님(34).
2008년 도경 스님을 은사로 함께 출가했고 15일 경북 김천 직지사에서 나란히 비구니계를 받았다. 세속의 자매가 같이 출가하고 같은 날 비구니계를 받다니, 드물고도 기막힌 인연이다. 20일 경기 고양시의 ‘행복한 절’에서 이들을 다시 만났다.
자매 스님의 캐릭터를 살린 그림. 무여 스님 제공
●출가(出家)
대구에서 태어난 두 스님은 출가 전 출판사에서 각각 기획·편집자와 북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2007년 출가 전의 한산 스님이 템플 스테이에 참여한 것이 새로운 길의 출발점이 됐다. 동생 무여 스님도 언니의 변화를 지켜보며 출가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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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심이 강한 불교 집안이지만 세 자매 중 맏딸을 뺀 두 딸의 출가 선언에 집안은 발칵 뒤집혔다. 어머니는 “너희들이 아직 인생을 몰라서 그러니, 결혼하고 얘라도 낳아보고 출가하라”며 설득했지만 이들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했다.
●업(業)
출가 뒤 7년. 이들은 그동안 중앙승가대를 다니고 함께 포교 활동을 펼치면서 불가에서 사형제의 인연을 쌓아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층버스’라는 출판사를 등록했고 최근 현빈 스님의 ‘불교인문학 극락추천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속세의 업인 출판 일을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대승불교의 대승(大乘)은 ‘큰 탈것’이라는 의미가 있어요. 탈 것 중 가장 큰 것을 고르다보니 이층버스가 됐죠. 주변에 필요한 분들에게 책 보시도 할 수 있어 좋습니다.”(한산 스님) “정말 뜻밖이죠. 하지만 불교적 관점에서 책을 만들 수 있어 과거 직장생활 할 때와 달리 편안하고 즐거워요.”(무여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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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