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한동안 천덕꾸러기… 신규 공급 적고 수요 고개 들어 미분양 청라지역선 100% 계약… 미사강변도시는 1순위 마감 인기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분양시장에서 천덕꾸러기로 여겨지던 전용 85m² 초과 중대형 아파트에 수요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미분양 물량이 중소형보다 빠르게 줄어드는가 하면 일부 단지에서는 최고 경쟁률로 청약이 마감되고 있다.
○ 살아나는 중대형 아파트 거래
2000년대 중반 부동산 시장 호황기 때 집값 상승을 이끌던 전용 85m²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에서 외면받아 왔다.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길어지자 역으로 큰 폭의 가격 하락을 겪은 데다 회복세도 중소형보다 더뎠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주택시장의 회복세가 본격화되며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 위주로 다시 수요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박모 씨(48)는 최근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109m²를 분양받았다. 지난해 3월 첫 분양을 한 뒤 미분양으로 고전하던 단지였다. 박 씨는 “고교 3학년생인 딸이 대학에 들어간 뒤 입주할 생각”이라면서 “범강남권 재건축 단지 중 가격대가 괜찮다고 여겼지만 그간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행동에 옮기지 못하다가 시장이 나아져 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의 무덤’으로 꼽혔던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지어진 ‘청라 더샵 레이크파크’도 3월 말 100% 계약을 마쳤다. 최초 분양을 시작한 지 5년 4개월 만이었다. 전용 100∼209m² 중대형으로 이뤄진 데다 2013년 4월 입주 당시 집값이 분양가보다 15∼20% 떨어지는 바람에 입주 포기가 속출해 789채 중 232채가 미분양 상태로 남았던 ‘비운’의 단지였다.
○ 분양가 저렴한 지역은 중대형 우세
중대형의 신규 분양은 적은데 수요가 살아나면서 수도권 지역의 청약 결과에서도 중대형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대림산업이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에 짓는 ‘e편한세상 수지’는 3월 청약에서 가장 큰 평형인 전용 103m²가 36.0 대 1로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전용 84∼103m²로 이뤄진 이 단지의 평균 경쟁률(8.3 대 1)을 크게 웃돌았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여력만 된다면 넓은 집에 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라며 “3.3m²당 평균 분양가가 1385만 원으로 서울보다 저렴해 중대형을 원하는 수요가 많았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경기 지역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과거 50평형대인 공급면적 165∼198m²가 37.6 대 1로, 40평형대인 99∼132m²(4.55 대 1)나 30평형대인 132∼165m²(4.25 대 1)를 크게 앞섰다.
다만 중대형에 대한 선호는 지역별로 온도차가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의 ‘아현역 푸르지오’는 16일 청약 결과 전용 59m²가 42.13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지만 전용 109m²는 1순위에서 미달돼 2순위에서 마감됐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3.3m²당 분양가가 1500만 원대 이하를 찾기 어려운 서울의 경우 면적이 클수록 중소형과 총 분양가에서 격차가 커지기 때문에 중소형이 여전히 강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