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화보집 발간 주역…김상태 의학역사문화원 교수
김상태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교수는 서울대병원 역사화보집인 ‘꿈, 일상, 추억-서울대병원 130년을 담다’가 “의료계와 역사학계의 의료사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2년 반의 준비 기간, 25만 장 가운데 엄선한 3500장의 사진이 900여 쪽에 걸쳐 실린 서울대병원 역사화보집 ‘꿈, 일상, 추억-서울대병원 130년을 담다’(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가 최근 발간됐다. 국내 첫 의학 근대사 화보집이다. 화보집이 나오기까지는 휴일을 반납하고 사진 고증 및 선별, 디자인과 원고 집필 등을 도맡았던 김상태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교수(49)의 역할이 컸다.
한국 근현대사 전공인 그는 국내에선 드물게 서울대병원에서 10년이 넘게 의학사를 연구하고 있다. 김 박사는 “한국 근현대 의료사를 공부하면서 한국 역사에서 의학이 대단히 중요한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의학사의 한가운데 있었던 서울대병원과 인연을 맺었다”고 말했다.
화보집엔 중요한 사료도 많다. 특히 1905년에 발급된 의학교(지금의 서울대 의대)의 학년 진급증서 사진도 찾아내 처음 공개했다. 당시엔 의대생들이 한 학년 올라가는 것도 진급증서를 받을 정도로 의대 졸업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 고종이 세운 국립병원인 제중원 사진과 제중원에서 일했던 의료 선교사들이 쓴 각종 일기와 편지도 담겨 있다. 1916년 당시 의료진들이 아무런 보호복도 없이 환자와 함께 X선 사진을 찍는 모습도 실려 있다. 훗날 백병원을 설립한 백인제 경성의학전문학교 외과 주임교수의 근무 사진도 눈에 띈다.
김 교수는 “대부분 병원도 홍보용으로 화보집을 만들지만 병원 130년 역사를 사진 중심으로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화보집 제목에서 느낄 수 있지만 병원에서 치료 받는 환자와 의사들의 일상사를 많이 넣어 보는 사람 모두가 소통 및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한국의 의료계나 역사학계에서 의료사에 대한 관심은 절대 부족한 편. 제대로 된 조사나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역사학자 시선에서 의학교육, 진료, 의료정책 및 시스템 등의 변화와 의의를 더 연구해 보고 싶다”는 것이 김 교수의 계획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