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구상으로 성공 거두면 상황 변해도 이를 고집하는 경향 비정규 전술-정공법 조화 필요… 핵심역량 육성 게을리 말아야
1981년 4월 30일, 피플익스프레스항공이라는 신생 항공사가 미국 뉴저지 주 뉴어크와 뉴욕 주 버펄로 간의 노선에서 첫 취항에 나섰다. 피플익스프레스는 소위 ‘인민 특급’이라는 말이 시사하듯 사회주의 국가의 항공사처럼 승객들에게 항공 이외의 어떤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하지 않았다. 콜라 같은 소다류나 꿀땅콩 스낵도 50센트를 받고 팔았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컴퓨터 시스템에 투자하는 대신 기내 승무원들이 승객들로부터 직접 탑승 운임을 징수했다. 이러한 철저한 비용절감 노력에 힘입어 처음 취항한 ‘뉴어크∼버펄로’ 노선(약 644km)의 편도 운임은 23달러에 불과했다. 같은 거리를 자동차를 타고 갈 때 드는 비용보다도 저렴했다. 낮은 운임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피플익스프레스는 곧 여러 도시로 취항 노선을 확장하며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외형은 날로 커져갔지만 문제점 역시 자라고 있었다. 승객과 노선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도 전산 시스템에 투자하지 않고 전화로만 예약을 받는 시스템을 고집했다. 이로 인해 경쟁사에 빼앗기는 잠재 고객 수가 하루 6000명가량으로 추산됐다. ‘오버부킹’ 문제도 큰 걸림돌이었다. 손님들이 예약을 취소하지 않고 다 몰려들면 승객 중 상당수는 예약하고도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그 결과 피플익스프레스에는 ‘피플 디스트레스(People Distress)’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급행(express)’ 서비스가 아니라 ‘고통스러운(distress)’ 경험만 안겨준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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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익스프레스는 낮은 운임을 가능케 한 기발한 구상을 실천에 옮기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러나 회사의 성장에 걸맞은 핵심 역량을 키우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그 대가는 회사의 소멸이었다. 부상도 빨랐지만 첫 취항부터 불과 6년도 안 돼 사라질 만큼 몰락도 빨랐다.
김경원 디큐브시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