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대표
이 정도면 쉬운 문제다. 현실 세계에서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게 상황이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 마을에는 호랑이(C)가 있어서 포수의 총소리만 들리면 재빨리 달려와 멧돼지를 물어가 버린다. 이제 포수는 멧돼지 A와 B 간의 선택뿐만 아니라 멧돼지와 호랑이 간의 선택도 해야 한다. 호랑이를 먼저 쏘면 멧돼지를 놓치고, 멧돼지를 쏘면 애써 잡은 먹이를 호랑이가 가져가 버리니 이래저래 내 손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 ‘더블 딜레마’에 처한 상황이다. 두 개의 딜레마를 총알 하나로 해결하는 방법은 없다. 최소한 두 개의 총알을 써야만 한다.
이제 우리 경제를 보자. 우리는 내수 침체(A)와 가계부채(B) 간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여기에서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라는 총알을 쐈다. 당장의 먹거리 문제를 선택한 것이다. 저금리가 가계부채를 키우고 그것이 미래에 부메랑처럼 되돌아와서 우리 경제를 쑥대밭으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때 가서 부딪쳐 보기로 한 것이다. 그만큼 내수 침체 상황이 더 시급하고 엄중하다고 본 것이다.
광고 로드중
이제는 호랑이를 잡을 두 번째 총알을 내놔야 한다. 분양 물량이나 공공임대를 늘려서 전셋값을 잡을 수 있으면 최선이다. 문제는 꼭 해야 할 정책이긴 한데 당장 눈앞의 호랑이는 잡지 못한다. 지금부터 터파기 토목 공사를 시작해도 실입주까지 3년은 족히 걸리기 때문이다.
당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올라가는 전세금을 충당하고도 남을 만큼 소득이 늘어나게 해야 한다. 그것은 재정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올해 예산 중 상반기 집행률을 최대한 끌어올려 금리 인하와 보조를 맞추게 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또한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하반기 재정 절벽은 추경(추가경정예산)으로 메울 필요가 있다.
새롭게 편성하는 추경의 방향은 두 가지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 첫째는 가계소득을 직접 보전해 줘야 한다는 점이다. 가계의 소비 여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근로사업이나 세금 환급과 같은 방법이 부작용은 적고 효과는 더 크다. 두 번째는 공공임대용 주택 건설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당장은 건설 일자리 창출이라는 효과도 있을뿐더러 미래에 저렴한 임대료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을 키우는 투자가 된다.
재정 적자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올해 적자 낸 만큼 내년에 흑자를 내면 된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작금의 더블 딜레마를 풀어낼 수가 없다. 이제는 추경이 구원투수로 나서야 할 때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