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과 보물/윤준호 지음/404쪽·1만4000원·난다 ‘고물과 보물’을 쓴 윤준호 교수
‘고물과 보물’을 출간한 윤준호 서울예대 교수는 “고물과 보물은 처음부터 샴쌍둥이였다”며 “새로움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낡은 것의 먼지를 떨어낼 때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난다 제공
카피라이터인 윤준호 서울예대 교수(55)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60가지 브랜드에 담긴 시대의 초상을 재기발랄한 감성으로 풀어낸 ‘고물과 보물’을 펴냈다. 책에선 포니, 닭표 간장, 범표 운동화, 산토닌, 삼학 소주 등을 다룬다. 그는 10년 전 ‘20세기 브랜드에 관한 명상’이란 제목으로 48가지 브랜드 이야기를 쓴 바 있다. 이번엔 12가지 브랜드를 새롭게 추가하고 기존 원고를 대폭 수정했다.
윤 교수는 개정증보판을 출간한 이유로 “21세기 청년들에게 꼭 읽히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좌우, 지역, 정파 대립도 문제지만 내겐 세대 간 단절이 더 안타깝고 공포스러웠다”며 “윗세대와 불화를 겪는 청년들이 부모가 사용했던 브랜드 이야기를 읽고 조금이라도 이해할 구석을 찾길 바랐다”고 했다. 청년에게 읽히겠다는 목적으로 고물을 닦아 보물로 만들 듯이 지루한 부분을 과감히 덜어내고 문장도 간결하게 다듬었다.
광고 로드중
박현웅 그림
윤 교수는 다시 보물로 만들고 싶은 브랜드로 ‘삼중당문고’를 골랐다. 그는 책에서 “‘삼중당문고’란 이름에 향수를 갖는 분들이라면, 지금 어디서든 그 시절에 읽은 책값의 몇십 배, 아니 몇백 배를 진작 뽑아내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분들일 겁니다”라고 풀이했다. 인터뷰 내내 조근조근 말하던 그가 대뜸 소리를 높였다.
“대한민국에 구호가 필요하다면 ‘공부하자! 대한민국’으로 하고 싶어요. 경제가 어려워서, 책값이 비싸서 안 읽는다고 하지 말고 문고본 붐을 다시 일으켜야 합니다. 책은 절대 우릴 괴롭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윤 교수는 ‘윤제림’이란 이름으로 시도 쓴다. 1987년 등단해 ‘삼천리호 자전거’ 등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했고 지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시도 브랜드, 사물을 소재로 쓴 것이 많다. 그는 “시는 받아쓰기”라며 “관념적인 이야기보다 이웃, 물건, 꽃이 내게 받아쓰라고 불러주는 것을 주로 옮긴다”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