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대통령發 특검론 급부상… 檢 “우린 시간표대로 간다”

입력 | 2015-04-17 03:00:00

[성완종 게이트/검찰 수사 어떻게]




변수 만난 검찰 김진태 검찰총장(왼쪽 사진)과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장인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16일 오전 각각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과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성완종 게이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수사팀을 자금 추적 분야와 로비 의혹 규명 분야로 나눠 ‘투트랙’으로 성 회장 관련 의혹 전반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검사제 도입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정치권의 특검 논의와 관계없이 수사팀의 시간표대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은 우선 소환 대상자로 경남기업 부사장을 지낸 윤모 씨(52), 성 회장의 비서실 부장인 이모 씨(43), 성 회장의 운전기사였던 여모 씨와 수행비서 금모 씨 등을 꼽고 있다. 성 회장이 남긴 육성과 메모에 비교적 많은 단서를 남긴 부분에 관련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윤 씨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2011년 6월 대표 경선 자금 1억 원 수수 의혹에서 ‘전달자’로 지목된 인물이고, 여 씨와 금 씨는 2013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이완구 당시 후보에게 성 회장이 300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의혹과 관련해 당시 성 회장을 수행한 인물들이다.

반면 성 회장이 메모에 남긴 ‘(서병수) 부산시장 2억 원’ ‘유정복 인천시장 3억 원’ 부분은 검찰로서도 다소 난감해하는 부분이다. 성 회장의 육성 전체가 공개됐지만 돈을 주고받았다는 시점과 장소 등 추가 단서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성 회장이 현금을 인출한 비자금 32억 원의 흐름을 하나하나 추적하면서 이들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지 맞춰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성 회장이 이들을 만난 시점을 중심으로 이상한 자금 흐름이 있는지 일일이 찾아나가는 수밖에 없다.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성 회장이 언론과의 통화에서 직접 이름을 언급은 했으나 금품을 건넸다는 얘기를 하지 않은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도 마찬가지다.

김기춘,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가장 후순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 회장이 돈을 건넸다는 2006∼2007년은 이미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7년)가 지났고, 성 회장 스스로 대가성을 부인했기 때문에 뇌물죄(공소시효 10년)를 적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날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만나 “특검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의 특검 도입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특검 도입에 대해 내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2일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지만 여전히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그만큼 검찰로서도 이번 사건은 ‘독이 든 사과’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 일각에선 “차라리 특검에 사건을 던져버리자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일반 뇌물, 정치자금 관련 사건에서 공여자가 사망하면 대부분 수사가 불가능한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접는 게 상식인데, 이 사건은 정치적 비난 가능성 때문에 끌어안고 있는 게 아닌가”라며 “차라리 검찰이 손을 떼는 게 조직도 보호하고 사건의 신뢰도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재경 지검 부장검사는 “공여자가 죽었더라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이 정도로 수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오히려 검찰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최우열 dnsp@donga.com·변종국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