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에는 도덕적 심성, 악의 뿌리 함께 자라 실패한 국가들 예외없이 정치권력-돈이 한 몸처럼 공생 이기적 유전자 본능 뛰어넘는 도덕적 사회가 되려면 정치-경제-교육등 모든 시스템 지속적 점검-정비해야 한다
이나미 객원논설위원·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
여전히 부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비교적 투명해지기까지 틸던이나 내스트 같은 이들의 공이 큰 셈이다. 적자생존 운운하며 어떤 비도덕적인 행위도 힘 있는 자들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배워야 할 역사적 교훈이다.
그렇다면 심리적으로는 도덕심을 어떻게 설명할까. 도덕적 심성은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배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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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도덕 수준 발달은 어디쯤에 속할까. ‘배옆 정중 전전두엽(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 등이 손상되면 악행을 저질러도 죄의식이 없어진다. 치매나 알코올 중독 등으로 뇌가 손상된 채로 멀쩡하게 감투 쓰고 있는 사람들이 요즘 부쩍 많아진 것은 아닐까.
동양의 삼강오륜(三綱五倫)은 서양의 도덕이론보다 더 가족주의적이고 구체적이라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아들은 아버지를, 신하는 임금을, 아내는 남편을 섬기라는 삼강(三綱), 임금과 신하의 의리, 남녀 역할의 차이, 나이에 따른 순서만 문자 그대로 집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컨대 아버지나 보스가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인 태도를 보일 때도 법에 기대기가 힘들 것이다.
공자를 비롯한 많은 유학자들은 순임금의 예를 들면서 아버지나 주군의 죄를 덮어 주는 것이 올바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양에서 가정폭력이나 조직의 비리를 공개하는 내부 고발자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칼같이 법을 집행하지 못하는 이유가 혹시 그런 영향 때문이 아닌지. 관계가 도덕적 원칙을 슬그머니 덮어 버리는 데 잘못 쓰일 수도 있는 삼강오륜에 비해 맹자의 사단(四端), 즉 남을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악한 행동을 싫어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 남을 배려하는 사양지심(辭讓之心), 잘잘못을 분별하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을 단순하게 적용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인다.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도덕 기반이론은 ‘남에게 해 끼치지 않기, 공정하기, 자유, 충성, 권위, 순수함’ 등을 열거한다. 보수주의자들은 상대적으로 충성, 권위, 순수함에 더 순위를 둔다고도 한다. 일단 집단에 속하면 그 권위에 대해 순수하게 충성하는 것이 보수의 이미지다. 반사회성 인격 장애자라 하더라도 자신이 속한 집단에는 충성을 아낌없이 보낸다. 회사나 정당의 이익을 위해 작당해 저지르는 머리 좋은 조직범죄자들의 심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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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에는 도덕적 심성과 악의 뿌리가 함께 자란다. 이기적 유전자의 본능을 뛰어넘는 도덕적 사회가 되기 위해서 교육, 정치, 경제 등 모든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정비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이나미 객원논설위원·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