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회화를 찾아서’ 전시회… 일본인들 뜻모아 2001년 개관 “식민지 시절 피해 진심으로 사과”
10일 일본 도쿄 고려박물관에서 이노우에 겐지 씨(왼쪽)가 조선시대 회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물관 회원인 이노우에 씨는 2년 동안 조선시대 회화를 공부하면서 자료를 모아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평일 낮 시간이었지만 20∼60대 여성 3명이 그림을 보고 있었다. 옆에서 설명해 주던 이노우에 겐지(井上憲二) 씨는 “한국 조선시대 회화는 일본 회화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특히 해학과 위트가 넘치는 작품이 많다”고 말했다. ‘조선의 회화를 찾아서’란 주제의 기획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은 한국 출판사인 지식산업사가 1973년에 출판한 3권짜리 ‘조선 회화 100장’의 복제 화집에 나오는 52점이다.
박물관이 자리 잡은 지역은 2012년 여름 이후 일본 극우단체들의 혐한 시위가 끊이질 않았던 곳이다. 그런 곳에서 조선시대 회화를 전시한 것은 박물관의 건립 철학 덕분이다. 1990년 재일동포 신영애 씨는 “일본 정부는 한일 관계사를 전시할 박물관을 건립하라”는 내용의 글을 아사히신문에 실었다. 이 내용에 공감한 일본인 30여 명이 같은 해 9월 ‘고려박물관을 만드는 모임’을 발족했고 11년 뒤인 2001년 박물관 개관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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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하라다 교코(原田京子) 박물관 이사장은 “식민지 시절 일본은 조선 민족에게 큰 피해를 줬고 이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싶다”며 “박물관을 통해 한국의 참모습을 여러 일본 시민에게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기획전시 작품은 회원들이 직접 정한다. 회원 약 10명이 한 조가 돼 1, 2년 동안 한국에 대해 공부하고 그 성과를 전시물로 내놓는 형태다. 이번 전시는 26일까지이고 다음 전시는 ‘한류-여성들이 개척하는 새로운 교류’로 이달 29일부터 8월 9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