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0명 특별관리대상으로 분류… 2014년 추적조사로 1조4000억 징수
부동산 임대업체 사장 A 씨는 지난해 “세금 낼 돈이 없다”며 1년 넘게 법인세 30억 원을 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시가 수십억 원에 달하는 지인 명의의 서울 강남 고급빌라에 살며 비싼 수입차를 몰고 골프를 치는 등 호화생활을 했다.
체납 세금을 징수하러 국세청 직원이 A 씨 집을 방문했지만, 그는 “돈이 있으면 왜 세금을 안 내겠느냐”며 막무가내로 버텼다. 실랑이가 한창이던 그때, 집에 있던 가사도우미가 “반찬거리가 떨어졌다”며 외출하려 했다. 수상히 여긴 국세청 직원이 도우미의 손지갑을 확인했더니 그 속에 1억3000만 원어치의 수표와 현금이 있었다. 이 돈은 곧바로 압류됐고 A 씨는 ‘체납처분 면탈범’으로 형사고발 조치를 당했다.
국세청이 9일 악의적인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한 대대적인 세금 징수에 나서겠다며 ‘악성 체납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5억 원 이상 세금을 1년 이상 체납해 명단이 공개된 1만7023명(법인 6609곳 포함) 중 고가 주택에 거주하거나 소비 지출이 많고 해외에 자주 드나드는 490명을 ‘특별 관리 대상’으로 분류해 체납액을 모두 징수할 때까지 생활실태 조사, 재산 추적 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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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억 세금 안낸채 수억 미술품 구입도 ▼
5월부터는 매달 한 차례씩 체납자의 소득, 소비, 재산 변동 등을 분석하는 ‘재산 은닉 혐의 분석 시스템’을 가동해 재산 은닉 혐의와 호화 생활 여부를 들여다본다. 또 본청 해외 은닉 재산 추적 전담반이 올 9월부터 시행되는 미국과의 금융계좌 정보 교환 등을 통해 외국에 숨겨놓은 재산도 추적할 계획이다.
세무당국이 이처럼 악성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은 이들의 행태가 대다수의 성실 납세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세수(稅收) 확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에 현금 징수 및 압류 조치를 당한 체납자는 5000여 명, 금액은 1조4028억 원에 이른다.
체납자들은 각종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하며 세금 탈루를 시도하고 있다. 전직 중견 건설업체 대표인 B 씨는 종합소득세 수십억 원을 체납하면서 뒤로는 수억 원짜리 미술품을 구입했다. 첩보를 입수하고 자택에 들어간 국세청 직원은 수색을 통해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와 18.95g의 자수정 금목걸이 등을 발견하고 압류 조치했다. 섬유 수출업자 C 씨는 아내 명의로 은닉자금 10억 원을 빼돌린 뒤 아파트 2채를 샀다가 적발돼 세금을 징수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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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