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얼굴 없는 지도자’ 오마르의 傳記 깜짝 공개 출생-성장과정 등 인터넷에 올려… 1000만달러 현상금에도 행적 묘연
이런 지도자는 매우 드물겠지만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5일 웹사이트에 전격 공개한 최고 지도자 무하마드 오마르(사진) 전기에서 이런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2001년 미군의 아프간 침공 이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지도자’로 불리는 오마르. 미군이 10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고 뒤를 쫓았지만 흔적을 찾는 데 실패했다. 그동안 숱한 ‘사망설’과 ‘실종설’이 잇따랐지만 생사가 확인되지 않던 오마르가 잠적 14년 만에 5000자 분량의 전기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비밀 중 일부를 세상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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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고 지도자 등극 19주년은 명분일 뿐 진짜 노림수는 따로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세력을 확장 중인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아프간 쪽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오자 이를 막기 위해 베일에 싸인 ‘은둔의 지도자’의 생활상 일부를 전격 공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기는 오마르가 △이교도 침략자들에 대항하는 지하드 활동을 꼼꼼히 챙기고 있고 △아프간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일어나는 그날그날의(day-to-day) 일들을 파악하고 있으며 △적들의 추적에도 일상적인 업무가 단절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탈레반 전문가 아흐메드 사예디는 이와 관련해 “오마르 전기 발간은 IS의 영향력과 위상을 깎아내리기 위한 전략적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탈레반이 스스로 공개한 이번 전기를 통해 탈레반 연구자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던 오마르의 출생과 혈통 등의 궁금증이 해소됐다.
전기에 따르면 오마르는 1960년에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주 카크레즈의 한 마을에서 호타크 부족의 톰지 지파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오마르 출생 후 5년 만에 사망했다. 오마르가 한쪽 눈을 잃은 것은 1983∼91년 옛 소련군과의 전투 중 오른쪽 눈에 파편이 들어가자 스스로 눈알을 빼내고 눈꺼풀을 꿰맸기 때문이라고 전기는 밝혔다. 전기는 또 오마르가 여러 무기 가운데 RPG-7 대전차 로켓포를 가장 선호한다고 언급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