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원 정치부 차장
일단 집권 3년 차 당정청(黨政靑) 개편은 순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김기춘 체제라는 ‘앙시앵레짐’ 탈피가 전반적인 소통의 활로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토머스 홉스가 갈파한 대로 권력의 속성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인 법.
일단 K, Y의 비박 지도부 대(對) 이 총리, 최 부총리의 친박 내각 간 힘겨루기가 눈에 띈다. 집권여당의 의사결정권을 분점하고 있는 K, Y의 전략적 동거(同居)에 힘이 실리는 것이 사실이고 정책 추진력도 강화됐다. 내각 역시 이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면서 장악력을 한층 높여가는 분위기고, ‘경제 원톱’ 최경환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실세다. 무엇보다도 박 대통령이라는 ‘빽’도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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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총리로서는 해외 자원개발과 관련한 야당의 십자포화보다 K, Y가 만들어 내는 정책 파열음이 더 귀에 거슬릴 수도 있다. 특히 대구 출신 3선이자 위스콘신 학맥을 공유하는 후임 원내대표가 ‘말리는 시누이’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유 원내대표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여권 내 정책논쟁에서 최대 승리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청와대와 외교안보 당국이 쉬쉬하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를 자기 이슈화했고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직격탄도 세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반면 지난해 7월 거침없이 당 대표 자리에 등극한 ‘무대(김 대표)’의 보폭은 좀 더뎌진 느낌이다. 대과(大過)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존재감을 입증할 결정적인 한 방도 없었다. “청와대 한마디에 자기 말 주워 담기 바빴던 것 아니냐”(한 여권 중진의원)는 힐난도 서서히 고개를 든다. 물론 속없는 사람처럼 ‘허허’ 웃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설도 있지만….
이 총리의 최근 행보는 진짜 책임총리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여당 원내대표 시절 “내가 밤에 움직이면 긴장할 사람 많을걸…”이라는 말을 자주 했던 이 총리의 요즘 ‘밤 행보’도 심상치 않다고 한다. 그런 탓인지 한 친박 중진은 “안방 살림 잘 챙기라고 뽑아놨더니 ‘오버’한다”고 지적했다. 취임 직후 전직 대통령을 예방하고 전방에 가서 안보태세를 점검하는 모습이 대권 행보처럼 보여 못마땅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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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정치부 차장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