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롤랑 바르트 지음·변광배 옮김/700쪽·3만5000원·민음사
그는 숨지기 2년 전부터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소설의 준비’를 강의하고 있었다. 이 책은 그 강의와 세미나를 녹취한 것으로, 그의 유작이다. 프랑스에선 2003년에 출간됐다.
이 책은 강의 제목 그대로 소설은 무엇이고, 쓰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며, 어떤 과정을 통해 작품이 되는지를 다뤘다. 이 책에서 그는 소설 혹은 문학작품에 대해 과거 비평가로서 취했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얘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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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고 한가한 모습의 롤랑 바르트. 민음사 제공
이런 변화는 그에게 정신적 지주였던 어머니가 1977년 10월에 사망한 것과 연관이 있다. 그의 어머니는 일찍 혼자가 된 뒤 바르트에게 온 정성을 기울였다. 1977년 1월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로 부임하면서 어머니의 손을 잡고 등장한 것은 그 보답이었다.
어머니의 죽음은 바르트를 본인 표현대로 ‘소금에 절여진 상태’로 만들었고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사건이었다. 절망에 빠져 살던 그는 1978년 4월 카사블랑카에 갔다가 ‘문학적 개종’이라고 할 만한 ‘깨달음’을 경험한다. 그 순간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그가 내린 결론은 ‘문학, 즉 글쓰기에 입문하자’라는 것이었다. 이후 그는 ‘소설의 준비’라는 강의를 준비했고 여기에 ‘새로운 삶(Vita Nova)’이라는 제목의 소설까지 쓰기로 했다.
비록 바르트의 작업은 돌발적인 사고로 완결되진 못했지만 이 유작을 통해 바르트의 직관과 감수성,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