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창구 안심대출 장사진
25일 인천 서구 연희동 국민은행 청라지점. 오전 9시 문을 열기도 전에 10여 명이 줄을 서더니 시간이 갈수록 기다리는 고객이 늘었다. 오후 1시 30분이 되자 대기인 수는 80명을 넘어섰다. 이 지점은 기다리는 사람들의 대출상담을 모두 소화할 때까지 야근을 하기로 했다.
○ 갈수록 뜨거워지는 안심전환대출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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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안심전환대출의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지만 대상에서 제외된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자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금융당국은 매달 원리금(원금+이자)을 상환해야 하는 안심전환대출의 성격상 원금을 상환할 여유가 떨어지는 2금융권을 제외했다는 설명이지만 대출자들은 “기회도 안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의 인기를 바라보는 은행들의 표정도 밝지 않다. 안심전환대출에만 사람들이 몰리면서 다른 은행 대출상품은 ‘찬밥’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금리도 내리지 않겠느냐”며 대출 신청을 미루는 사람들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은행들은 안심전환대출로 전환되는 주택담보대출의 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넘기는 대신 금리가 낮은, 주금공이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을 떠안는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평균 3.5% 수준인 반면 MBS 금리는 2%대 초반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로 인한 은행권 손실이 1400억∼16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금융당국 20조 원 한도 증액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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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심대출 한도 늘려도 하반기에나 가능 ▼
은행 이틀째 장사진
42조 원 중 절반가량인 20조 원을 원금을 갚아나가는 장기·고정금리대출인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했을 경우 가계부채의 질이 올라갈 것이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안심전환대출 금리가 2.6% 수준으로 설정된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시기에 관심이 쏠리면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자들뿐만 아니라 대다수 기존 대출자가 은행 지점으로 몰렸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들과 회의를 여러 번 했는데 대출 신청이 몰릴지를 두고 의견이 반반씩 엇갈렸다”며 “한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 문의가 급증한 것을 보고 인기를 예상했지만 첫날 전환액을 4조 원대로 예측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안심전환대출을 추가로 공급할지, 공급한다면 얼마나 추가로 재원을 투입할지는 대출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민과 시장의 기대를 잘 알고 있지만 오늘내일 상황을 지켜보고 한도 증액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제2금융권으로의 확대 여부는 대화를 통해 더 고민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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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금융위는 집값이 내려가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기 위해 대출금의 일부를 상환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주금공의 채무조정 적격대출을 받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금리는 안심전환대출보다 높은 3%대지만 기존 대출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다시 산정하지 않으며 대출 한도도 현행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