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25∼29일 시즌 첫 공연
국립발레단 ‘지젤’ 2막의 군무 장면. 24명의 윌리들이 순백의 튀튀를 입고 우아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의 군무를 만들어낸다. 국립발레단 제공
지젤의 2막.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한밤중 숲 속,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무덤 앞에 흰 면사포와 하얀색 튀튀를 입은 24명의 윌리(Willy·처녀귀신)가 하나둘 무대에 오른다. 얼굴을 덮은 면사포가 벗겨져 날아가면 순백의 윌리들이 어둠 속 달빛 아래 대열을 갖춘다. 음악에 맞춰 시시각각 대열을 바꾸며 추는 군무는 절도와 힘이 넘친다. 남자에게 배신당해 죽은 처녀귀신들이 숲 속을 지나가는 남자를 잡아가 해가 뜰 때까지 춤을 추게 만든다. 이 군무는 ‘라 바야데르’ 망령들의 왕국, ‘백조의 호수’의 호숫가 군무와 함께 발레 블랑(ballet blanc·하얀 발레)을 대표하는 명장면이다.
국립발레단 발레미스트리스(지도위원)인 김은진 씨는 “지젤의 군무는 대열과 움직임이 다양하고 2막 공연시간 55분 중 30분이 군무 장면일 정도로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젤의 2막은 주인공 지젤의 무대라기보다는 코르드발레(군무) 단원 24명의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 지젤이 춤을 출 때에도 코르드발레 단원들은 뒤에서 대열을 갖추고 존재감을 드러낸다. 김 지도위원은 “군무를 추는 무용수들도 주연 못잖은 존재감을 지녀 다들 이 작품만큼은 ‘나도 지젤’이라는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고 말했다.
지젤의 군무는 24명의 발레리나가 똑같은 동작을 똑같은 템포로 맞추기 위해선 엄청난 연습 시간이 필요하다. 김 지도위원은 “외국에선 발레단별로 발레학교가 있지만 국내에선 발레리나들이 각기 다른 스타일의 발레를 익힌 상태에서 발레단에 들어오기 때문에 하나의 군무로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군무 리허설 시간도 따로 할애돼 있다”고 설명했다. 25∼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8만 원, 02-587-6181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