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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발레의 정수 ‘지젤’의 2막… 그중 백미는 24명의 하얀 군무

입력 | 2015-03-25 03:00:00

국립발레단 25∼29일 시즌 첫 공연




국립발레단 ‘지젤’ 2막의 군무 장면. 24명의 윌리들이 순백의 튀튀를 입고 우아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의 군무를 만들어낸다. 국립발레단 제공

  《 봄바람 살랑 불어오는 3월,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토슈즈를 질끈 묶고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의 올해 첫 시즌 개막작은 지젤. 낭만 발레의 정수로 꼽히는 지젤은 2막의 군무가 백미다. 스타 발레리나, 발레리노 한 명이 아닌 수십 명의 단원이 만들어내는 군무의 매력은 무엇일까 》.

지젤의 2막.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한밤중 숲 속,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무덤 앞에 흰 면사포와 하얀색 튀튀를 입은 24명의 윌리(Willy·처녀귀신)가 하나둘 무대에 오른다. 얼굴을 덮은 면사포가 벗겨져 날아가면 순백의 윌리들이 어둠 속 달빛 아래 대열을 갖춘다. 음악에 맞춰 시시각각 대열을 바꾸며 추는 군무는 절도와 힘이 넘친다. 남자에게 배신당해 죽은 처녀귀신들이 숲 속을 지나가는 남자를 잡아가 해가 뜰 때까지 춤을 추게 만든다. 이 군무는 ‘라 바야데르’ 망령들의 왕국, ‘백조의 호수’의 호숫가 군무와 함께 발레 블랑(ballet blanc·하얀 발레)을 대표하는 명장면이다.

국립발레단 발레미스트리스(지도위원)인 김은진 씨는 “지젤의 군무는 대열과 움직임이 다양하고 2막 공연시간 55분 중 30분이 군무 장면일 정도로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젤의 2막은 주인공 지젤의 무대라기보다는 코르드발레(군무) 단원 24명의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 지젤이 춤을 출 때에도 코르드발레 단원들은 뒤에서 대열을 갖추고 존재감을 드러낸다. 김 지도위원은 “군무를 추는 무용수들도 주연 못잖은 존재감을 지녀 다들 이 작품만큼은 ‘나도 지젤’이라는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고 말했다.

지젤 군무의 구성은 다른 작품에 비해 다양한 편이다. 무대를 사선으로 가르는 대각선 대열이 가장 많고, 원 모양의 대열, 6줄 대열, 8줄 대열 등이 있다. 또 지젤이 2막에서 윌리로 변신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코르드발레 단원들이 4그룹씩 나눠 팔을 둥글게 말아 올린 채 아름다운 대열을 만든다. 이 대열은 컵케이크나 꽃 모양과 흡사해 일명 ‘컵케이크 군무’ ‘플라워 군무’라고 불리며 매 공연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지젤의 군무는 24명의 발레리나가 똑같은 동작을 똑같은 템포로 맞추기 위해선 엄청난 연습 시간이 필요하다. 김 지도위원은 “외국에선 발레단별로 발레학교가 있지만 국내에선 발레리나들이 각기 다른 스타일의 발레를 익힌 상태에서 발레단에 들어오기 때문에 하나의 군무로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군무 리허설 시간도 따로 할애돼 있다”고 설명했다. 25∼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8만 원, 02-587-6181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