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대전대 법학과 교수
2006년에도 기능이 떨어지는 값싼 황산암모늄을 사용한 소화기를 유통시킨 업체가 적발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숭례문과 국회의사당 정부세종청사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 중요시설에 불량 불꽃 감지기를 설치한 업체가 경찰 수사를 받았다.
우리 사회의 안전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샘플링 검사 등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검사 결과를 조작하거나 불량 제품을 유통시킨 업체에 대한 행정처벌 수위도 높여야 한다. 불법적으로 얻은 이익보다 훨씬 가혹한 불이익을 줘 업계에서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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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전제품 제조업체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는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할 때 공공복리에 대한 판단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업체의 이익 추구 활동에 대해 발주기관에서 충분히 검토해 결정한 거래정지 처분을 법원이 뒤집는 것은 공정한 조달 질서 형성에 역행하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제품 생산업자들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것은 행정소송제도가 갖는 국민의 권리구제라는 이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일본 행정사건소송법은 본안에 대해 이유가 없다고 보일 때는 집행정지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 행정소송법은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반사회적 행위의 확산 방지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는다.
소방관 특수 방화복 사례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고 국민정서에 반하는 행위임을 감안해 공공복리를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국민안전을 저해하는 조달기업이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이라는 원군을 얻어 생명을 연장한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김영진 대전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