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10년만에 전막 오페라 ‘피가로…’ 출연하는 소프라노 홍혜경 인터뷰
20일 서울 연세대 음대에서 만난 소프라노 홍혜경은 “이번 ‘피가로의 결혼’ 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들이 ‘오페라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이 많이 아는 ‘편지의 이중창’(영화 ‘쇼생크 탈출’ 삽입곡)보다는 2막 도입부 변심한 백작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백작부인의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그는 질문이 시작되자마자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가며 노래를 하듯 쉴 새 없이 말을 이어갔다.
“리사이틀은 반주만 맞춰 보면 되지만 오페라는 음악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연기, 연출, 조명 모든 걸 하나하나 조율해야 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그동안 작품을 하기가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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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가 그저 큰 소리로 고음 질러서 손뼉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사와 말투, 몸가짐이나 걷는 모습 등을 조화시켜 그 인물을 연기하고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장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 점에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은 모차르트의 작품이 제격이라고 생각했죠.”
그는 “지금 가르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한국 관객 분들께 제가 그동안 해온 오페라를 보여 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이번 작품은 메트에서 활동하는 연출가 폴라 윌리엄스가 연출을 맡고 백작과 수잔나 역할에 역시 메트 소속의 라이언 매키니, 류보프 페트로바가 출연한다.
홍혜경은 백작부인 역을 맡았다. 백작부인은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평민 로지나였다 백작과 결혼해 신분이 상승한 인물이다. 그는 “하녀 수잔나에게 흑심을 품은 남편과 이에 대항하는 평민들 사이에서 이도 저도 택하기 힘든 미묘한 감정을 노래해야 하기 때문에 연기력이 필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1984년 ‘티토 왕의 자비’에서 여주인공 세르빌리아 역으로 데뷔한 지 약 30년, 메트에서 이제는 자신보다 고참인 여성 단원을 찾기 힘들 정도다. 두 딸과 아들 등 세 자녀를 키우면서 일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을 겪은 적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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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아쉬웠지만 자신을 위해서라도 거절할 일은 거절해야 한다”고 했다. “성악가들 중에 목을 혹사하다 결국 그 좋던 목소리가 없어지는 사람들이 있어요. 노래를 잘할수록 그래요. 이곳저곳에서 초청하면 가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전 오히려 가정이 있어서 저 자신을 지킬 수 있었죠.”
정상의 디바에게 또 다른 꿈이 있을까. 한참 뜸을 들이다 답이 나왔다. “한국 학생들이 세계무대로 곧바로 진출해 존경받을 만한 실력으로 노래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어요. 동양인은 백인보다 월등히 잘해야 기회가 주어지니 정말로 꿈같은 얘기죠.”
그는 인터뷰 다음 날 메트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해 다음 달 오페라 연습을 위해 한국에 다시 온다고 했다. 스케줄에 대해 말하다가도 ‘피가로의 결혼’으로 얘기가 돌아가면 그의 목소리는 어김없이 커졌다.
“저는 피가로의 결혼 2막 피날레가 걸작 중의 걸작이라고 생각해요. 온갖 등장인물이 순서대로 다 등장하는데 그 노래와 대사, 인물의 조화가 대단하죠. 아, 전 오페라를 정말 사랑해요.” 1만∼18만 원. 02-569-0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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