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랜드마크 우리 손으로… ‘건설 한류’ 확산
올해는 한국 건설사들이 해외에 진출한 지 50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1965년 11월 540만 달러의 공사를 따내며 시작된 해외건설 사업은 올해 50년 만에 누적 수주액이 7000억 달러(약 791조 원)가 된다. 50년 사이 13만 배로 커진 것이다.
해외건설의 역사는 한국경제 성장의 역사 그 자체다.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에 나라 경제가 휘청거릴 때마다 해외건설은 달러벌이 창구로서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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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설사들의 해외시장 진출은 1965년 11월 현대건설이 태국에서 540만 달러짜리 도로공사를 수주하면서 시작됐다. 첫 수주라 시행착오도 많았다. 비가 잦아 모래와 자갈이 늘 젖어 있어 아스팔트콘크리트(아스콘)를 생산하기 어렵자 현장에서 공사를 지휘했던 정주영 당시 현대건설 사장은 젖은 골재를 철판에 구워서 말리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악조건을 이겨낸 경험은 나중에 ‘중동 신화’를 일구는 근간이 됐다.
1973년에는 한국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연 1억7400만 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액이 처음으로 1억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그해에 삼환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으로 ‘중동시장’의 문을 열었다.
1976년에는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 산업항 공사를 수주해 한국 해외건설사의 큰 획을 그었다. ‘20세기 최대의 역사(役事)’로 불리는 이 사업의 공사대금은 9억300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4500억 원)로 그해 우리 정부 예산(약 2조 원)의 4분의 1이었다.
유가 하락 등으로 일감이 줄면서 1984∼1990년대 중반까지 긴 침체기를 겪은 뒤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로 타깃을 바꾸면서 해외건설은 재도약 시기를 맞았다.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된 중동 건물 등을 한국 건설사들이 짓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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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설사들이 눈부신 성과를 내면서 국제적 위상도 높아졌다.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ENR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은 스페인·중국·미국·프랑스·독일에 이어 세계 6위의 건설강국에 올라 있다.
하지만 해외건설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유가 급락에다 중국·유럽·인도 등 해외 경쟁업체들의 도전이 거세다. 입찰 담합이라는 꼬리표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이에 따른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중동에 대한 의존을 넘어 전 세계로 지역을 다변화하기 시작했다. 현대건설은 2012년부터 중남미, 유럽, 독립국가연합(CIS) 등으로 수주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우건설도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시장 위주에서 벗어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플랜트에만 치중된 사업구조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카타르 도하 메트로를 비롯해 도로 및 교량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SK건설은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 건설사업, 현대엔지니어링은 동남아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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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