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남성들 또 다른 스트레스… 한달 월급 쏟아붓기도
SBS 드라마 ‘결혼의 여신’ 속 프러포즈 장면
속사정은 따로 있었다. 신혼집을 마련하느라 바닥난 통장 잔액이 문제였다. 김 씨는 “저축(2000만 원)과 부모님 지원(3000만 원)으로도 모자라 2000만 원을 대출받아 7000만 원짜리 전세 아파트를 마련했다. 남들처럼 뻔한 프러포즈는 하기 싫었고, 그렇다고 돈을 들여 특별한 이벤트를 해주기는 버거웠다”고 털어놨다.
프러포즈에 부담을 느끼는 남성이 늘고 있다. “나랑 결혼해줄래.” 이 말을 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절차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 화려한 프러포즈를 보고 “멋있다”를 연발하는 예비 신부 앞에서 남자들은 한없이 움츠러들기 일쑤다.
주위의 화려한 프러포즈에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두 달 뒤 결혼할 조모 씨(32)는 호텔에서 성대하게 프러포즈한 친구를 보고 기가 죽었다. 독립된 공간에서 와인, 케이크, 꽃다발이 포함된 최고급 저녁식사를 하는 데 120만 원이 들었고, 객실은 50만 원에 별도로 예약했다. 목걸이 선물까지 하자 30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조 씨는 “요즘에는 프러포즈할 때 가방을 선물하는 경우도 많다는데 수백만 원 하는 명품백을 살 엄두가 도저히 안 났다”고 풀이 죽은 채 말했다. 요즘 유행한다는 한강 요트 프러포즈도 알아봤지만 ‘기본형 38만 원’이라는 가격표를 보고 마음을 접었다. 아직 신혼집을 구하지 못한 조 씨는 자신의 원룸에서 지난주 조촐하게 프러포즈했다. 꽃과 발광다이오드(LED) 초를 사는 데 10만 원가량 들었다.
남성들은 풀이 죽고 허리가 휘지만 프러포즈 대행업체는 성황이다. ‘프러포즈 꿈’ 대표 김규남 씨(34)는 비수기에도 한 달 60∼70회, 성수기에는 100회 이상 이벤트를 진행한다. 김 씨는 “남자는 남들에게 생색낼 수 있는 이벤트를 찾고, 여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어떤 사진과 영상을 올릴지를 가장 신경 쓴다”고 말했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생애 중요한 순간마다 드라마 장면이 교과서가 돼버렸다. 주인공들의 화려한 삶을 현실에서 재연하려는 욕망이 여성의 기대와 남성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