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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공자를 알아야 중국이 보인다

입력 | 2015-03-19 03:00:00

타임誌 베이징 특파원이 쓴 ‘공자, 그리고 그가 창조한 세계’




외국인이 일본에 살면서 “당신 이제 일본 사람 다 됐네”라는 말을 듣게 되는 순간이 언제일까. ‘전화기를 든 채로 (얼굴도 보이지 않는 통화 상대를 향해) 열심히 고개를 숙여 인사하기 시작할 때’라는 농담이 있다. 한국은 어떨까. 방바닥에 가부좌(책상다리) 자세로 앉는 것이 의자에 앉는 것보다 더 편하게 느껴지거나 넙죽 엎드려 절하는 게 익숙해질 때쯤일까.

시사주간지 타임의 중국 베이징 주재 특파원인 마이클 슈먼 씨(47)의 신간 ‘공자, 그리고 그가 창조한 세계’(사진)는 동아시아인들의 이런 일상에서 공자(孔子·기원전 551년∼기원전 479년)를 탐구한 책이다. 공자의 사상과 철학에 영향을 받은 아시아 지역, 그중 13억 인구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전 영역에서 공자가 어떻게 살아 숨쉬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존 허츠먼 전 주중 미국대사는 “공자의 가르침이 여전히 중국 사회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공자를 모르면 중국도 이해할 수 없다”고 이 책의 추천사에 썼다. 저자의 집필 동기 중 하나도 ‘서방세계, 특히 미국은 중국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라는 의구심이었다. 그는 ‘아버지로서의 공자’ ‘선생님으로서의 공자’ ‘사업가로서의 공자’ ‘정치인으로서의 공자’ 등 총 10개의 범주를 나눠 ‘중국 속 공자’를 해부한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많은 아시아 기업들이 부양가족이 있는 직원을 해고하는 걸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로 여겼다. 회사를 ‘또 하나의 가족’으로 여기는 인식이 미국 등 서양 국가보다 매우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식 민주주의나 인권을 보편적 가치로 인정하지 않고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와 철학을 기반으로 한 정치체제가 있다고 믿는 것도 공자의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부정부패 척결과 특유의 긴축정책을 펴면서도 ‘공자 말씀’을 적극 인용하고 있다. 중국 역사에서는 위정자의 도덕성과 재정의 절약을 주장한 공자 사상이 정치적 정당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곤 했는데 시 주석 역시 그렇다는 해석이 많다.

슈먼 씨도 “서구 정치는 국민의 지지(표)를 어떻게 끌어모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공자는 ‘위정자가 바른 정치를 하면 (그런 결집 노력을 하지 않아도) 백성이 기꺼이 그 뜻을 따른다’고 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경제 및 사회 정책 등을 그 해당 분야에 국한해서 기능적으로 이해하지 말고 ‘광의의 정치 전략’으로 바라봐야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한국 주재 특파원이기도 했던 슈먼 씨는 동아시아에서만 16년째 취재 활동을 하고 있다. 부인은 한국계 미국인(유니스 윤·한국명 윤재원)으로 CNBC방송의 베이징 특파원. 그래서 함께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다.

슈먼 씨는 ‘2500여 년 전 인물인 공자가 현재의 내 삶에도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처음 느낀 건 2009년 봄 결혼식 때’라고 썼다.

부인은 “전통 한복을 입고 양가 부모에게 큰절을 올리는 폐백(幣帛)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 슈먼 씨는 질색했다. “나는 유대인이다. 유대인 문화에서는 땅에 머리를 박고 절하는 건 매우 치욕스러운 행동으로 여긴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부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공자를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었다고 한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