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강 PO 혈투로 지친 LG 맹폭… 28점 양동근 앞세워 먼저 1승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18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1차전을 앞두고 통산 최다승(504승) 감독다운 느긋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긴장감이나 초조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유 감독은 상대인 LG의 김진 감독과는 선수 시절 대표팀 합숙에서 여러 차례 같은 방을 쓰면서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김 감독의 농구 스타일도 아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대응 전략을 밝히기보다는 최근 두 시즌 연속 우승팀 감독으로서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며 경기를 기다렸다. 그런 감독의 믿음에 선수들은 화끈한 플레이로 보답했다.
정규리그를 마친 이후 열흘가량 휴식을 취한 모비스 선수들의 몸은 가벼웠다. 모비스 가드 양동근은 속공과 돌파를 쉴 새 없이 시도했다. 외곽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을 수비하는 LG 가드 김시래를 골밑으로 끌어들인 뒤 신장의 우위를 활용해 확률 높은 일대일 공격까지 펼쳤다. 양동근은 1쿼터에서만 3점슛 1개를 포함해 14점을 올렸다. 모비스는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도 득점에 가세하며 경기 초반부터 10점 차 내외로 앞서갔다.
반면 6강 PO에서 오리온스와 5차전까지 혈투를 벌인 탓에 하루밖에 휴식을 취하지 못한 LG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다. 문태종과 김종규는 완벽한 노마크 기회에서 득점을 놓쳤다. 전체적으로 체력이 떨어진 데다 김시래가 양동근의 공격에 수비 부담을 가지면서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못했다.
그 대신 6강 PO 5차전에서 김시래를 도와 공수에서 깜짝 활약을 펼친 유병훈이 힘을 냈다. 김진 감독이 경기 전 “김시래 혼자로는 힘들다. 김시래를 도와주는 가드 역할이 오늘 중요하다”며 언급한 유병훈이 공격을 주도했다.
1쿼터 팀에서 가장 많은 8점을 올린 유병훈은 2쿼터 초반에도 8점을 쓸어 담았다. 유병훈의 활약으로 LG는 2쿼터 중반 29-31, 두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양동근을 축으로 한 모비스 특유의 위기관리는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양동근의 연속 4득점으로 점수 차를 벌린 모비스는 라틀리프를 활용한 공격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주도권을 잡았다.
울산=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