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대비 전략적 선수 기용에 맥 빠진 경기 속출
‘진출 확정때의 멤버 출전’ 등 솔로몬 지혜 필요
LIG, 인수 지연에 이미 만든 사인공 처리 골치
지난해 10월 18일 삼성화재-현대캐피탈전을 시작으로 대장정에 들어갔던 V리그 11번째 시즌 정규리그가 막을 내렸다. 16일 삼성화재-한국전력전을 끝으로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126경기, 여자부 90경기를 소화했다. 이제 남은 것은 20일부터 벌어지는 남녀부 플레이오프(PO)와 챔피언 결정전이다. 유난히 풀세트 접전이 많았고, 라운드 평균시청률도 1%를 넘기는 등 V리그의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었던 시즌이었다. 코트에서 투혼을 불사른 선수들과 매일 승패의 부담을 짊어지고 산 코칭스태프, 내 가족처럼 선수들을 지원한 각 구단 프런트, 올바른 리그 진행을 위해 노력한 한국배구연맹(KOVO)의 협업이 만든 결과다.
● 맥 빠진 잔여경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남자부에선 3일 삼성화재의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됐다. PO 탈락팀이 조기에 결정된 가운데 2·3위는 7일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의 맞대결에서 결판났다. 같은 날 도로공사의 여자부 정규리그 우승도 확정됐다. 2·3위는 14일에야 정해졌지만, PO 진출팀은 그 전에 가려지는 바람에 이후 V리그는 사실상 잔여경기였다.
그렇다고 봄배구에 나서는 팀들에게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잔여경기에서 팬들을 만족시키고 팀도 납득할 만한 올바른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어느 배구인은 1∼3위 순위가 최종 확정되는 경기에 출전했던 스타팅 멤버를 잔여경기의 첫 세트에는 반드시 기용하도록 만들자는 아이디어어도 내놓았다. 물론 현장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 모든 상황을 규정이라는 틀에 묶어두는 것도, 지금처럼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문제다. ‘솔로몬의 지혜’를 구해야 할 때다.
● LIG손해보험-우리카드의 최종전 뒷얘기
15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선 LIG와 우리카드의 시즌 최종전이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시즌 후 주인이 바뀌거나 없어지는 팀간의 대결이었다. 6위와 7위의 대결이었지만, 두 팀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배구팬에게 유니폼 앞에 새겨진 이름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듯 선수들은 풀세트까지 승리를 위해 헌신했다.
당초 시즌 도중 팀의 주인이 바뀐다고 했던 LIG는 여러 사정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이 때문에 난처한 일이 생겼다. 사인공 때문이었다. 구단은 이미 새로운 팀의 디자인 시안을 확정했다. 유니폼 등은 결정만 나면 며칠 내 입힐 수 있도록 준비해뒀다. 홈 경기장 장식도 2∼3일이면 변경이 가능했다. 그러나 사인공은 달랐다.
2∼3개월 전에 물량을 발주한 뒤 중국에서 제조해 배로 공수해오는 과정 때문에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몇 개월 전에 새 팀의 로고가 들어간 사인공을 만들었는데, 사정이 바뀌면서 쓰지 못하고 창고에 보관만 해뒀다. 더 답답한 상황은 시즌 도중 감독이 교체되면서 그 공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LIG는 이 공을 다가올 KOVO컵 때 쓸 것인지, 아니면 전량 폐기해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