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딸이 열이 펄펄 끊지만 차마 부탁하기 어려워서…”
15일 오후 8시 전남 신안군 팔금도 보건지소에 30대 주부가 딸 이모 양(4)을 껴안고 들어왔다. 보건소 공중보건의 류수민 씨(29)가 해열제를 먹었으나 40도까지 오른 열이 내리지 않았다. 보건소는 X레이는 물론 간단한 혈액검사기기조차 없었다.
주민 1200명이 사는 팔금도는 전남 목포에서 서쪽으로 26㎞떨어진 섬이다. 여객선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에 5, 6편 운항한다. 섬 중심지에는 개인병원이 있지만 오후 6시면 의사가 육지로 퇴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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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류 씨는 이 양의 엄마를 설득해 15일 오후 8시 58분 해경에 구조요청을 했다. 구조요청을 받은 목포해양경비안전서는 경비정 P-96정을 급파했다. 이 양과 엄마는 P-96정을 타고 40분 만에 목포에 도착했다. 목포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이날 오후 11시 반경에야 열이 내렸다. 목포해경의 섬 지역 주민 긴급 이송 건수는 2012년 185건, 2013년 210건, 2014년 338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전국의 섬 3405개 가운데 2119개(62%)가 전남에 있다. 전남 지역 섬 가운데 유인도는 296개이며 주민 수는 16만 9124명에 이른다. 팔금도 보건소 한 관계자는 “해경 헬기 추락사고 이후 섬 지역 주민들은 밤 시간대에 후송 요청하는 걸 미안해하는 분위기”라며 “복지여건이 가뜩이나 열악한 상황에서 더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 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