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캐스파 헨더슨 지음/이한음 옮김/540쪽·2만5000원·은행나무
‘아홀로틀’이라는 동물이 있다. 작은 개구리 같은 모양새인데 얼굴은 인형 같다. 타원형 머리에 작은 구슬 같은 눈이 달려 있고 아기처럼 웃는 모습이다. 아가미가 목으로부터 가지처럼 뻗어 있는데 언뜻 보면 근사한 뿔 같다. 피부는 분홍색. 이쯤 되면 외계에서 온 생물이 아닌가 싶다. 상상하기 어려운 이 동물은 그러나 실제로 존재한다. ‘문: 척삭동물, 강: 양서, 목: 도롱뇽’으로 분류된다.
미스타케우스는 또 어떤가.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일 것 같은 이 이름은 거미류 중 하나를 가리킨다. 미스타케우스의 얼굴은 새하얀 수염으로 덮여 있고 눈은 머리 위로 검은 털이 삐죽삐죽 솟아 있다. 눈은 여덟 개. 앞쪽에 네 개, 뒤쪽에 네 개의 눈이 있다. 눈 하나하나의 시야는 좁지만 여덟 개의 눈이 서로를 보완해 넓은 영역을 훑을 수 있다. 점프력도 좋아서 자기 몸길이의 50배에 이르는 거리를 뛸 수 있다. 가시갯가재라는 녀석은 사람의 손가락뼈를 부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세다. 앞으로 비죽 튀어나온, 곤봉처럼 생긴 것을 빠르게 휘둘러 공격한다. ‘고도닥틸루스라는 학명의 뜻(생식샘 발가락)을 생각하면 생식기인가 싶지만 실은 부속지다. 먹이를 잡을 때 후려치는 속도가 거의 총알 속도에 맞먹는다.
이 책은 이렇듯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동물들의 면면을 소개한다. 돌고래나 일본원숭이 같은 익숙한 동물도 있지만 대부분 듣도 보도 못했던 동물들이다. TV 과학프로그램의 프로듀서로, ’네이처‘ ’뉴 사이언티스트‘ 등 과학전문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해온 저자가 잘 알려지지 않은 동물들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햇빛을 받을 때마다 여러 빛깔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띠 같이 생겨 영어로 ’비너스의 허리띠‘로 불리는 띠빗해파리, 깨진 조개껍데기 같은 다른 생물들의 죽은 부위와 배설물 등을 섞어 자신의 껍데기를 만드는 제노피오포어 등 기이한 동물들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