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암 산업부장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에만 ‘1조 원’의 5배가 넘는 5조2900억 원을 영업이익으로 남겼다. 15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이 있지만 5조 원은 여전히 엄청난 돈이다. 분기 영업이익이 아니라 연간 매출로 따져도 5조 원을 넘기면 한국의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그런 삼성전자가 “지금이 위기”라며 최근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전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의 급여를 인상하지 않기로 일찌감치 방침을 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삼성전자 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급여뿐만 아니라 평가와 승진에서도 전례 없이 빡빡한 기준을 적용해 상당수 직원들이 패닉에 빠져 있다.
하지만 숫자상의 문제는 오히려 지엽적인 문제다. 800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히트작, 갤럭시S3 이후 불침항모 선단을 이끌 ‘기함(旗艦)’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 4월과 2014년 4월 각각 갤럭시S4와 갤럭시S5를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전자업계는 S4와 S5 두 모델 모두 5000만 대 안팎의 판매에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 200조 원이 넘는 거대 선단을 이끄는 기함으로서는 자격 미달이었다.
1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공개된 갤럭시S6는 삼성전자의 절박한 위기감이 반영된 승부작이다. 옆면에는 금속을 소재로 채택하고 앞면과 뒷면에는 강화유리를 사용해 S5 등 이전 모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난다. 하드웨어의 스펙은 삼성이 갖고 있는 첨단 기술력을 다 쏟아 부었다는 설명이 과장으로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S6 실물을 처음 접했을 때, 지금 쓰고 있는 S5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S4와 S5를 약간 부정적으로 봤던 외신들도 “삼성의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비단 필자만의 느낌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제품력이 뛰어나고 디자인이 좋은 제품이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갤럭시S6의 진정한 승부처는 지금부터, 제품이 일반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가는 4월 중순까지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의 광고·마케팅 및 공급 능력에 S6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긴축경영 분위기가 S6의 발목을 잡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S6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좁게는 삼성의 기함이지만, 넓게는 한국 경제의 기함이기 때문이다.
천광암 산업부장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