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꼭 봄에도 농구해야죠.” 부진한 팀 성적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프로농구의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김준일이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드리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난달 26일 만난 김준일은 “내가 신인상을 다투는 현실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올 시즌 이만큼 잘할 거라는 생각을 못해서 솔직히 신인상 욕심은 크게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고교 시절부터 큰 대회를 휩쓸었던 이승현과 달리 김준일은 대학 졸업반 때 뒤늦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연세대 4학년 때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우수상과 득점상 등 4관왕에 올랐다. 김준일은 청소년 국가대표로 함께 활약했던 이승현에 대해 “최고의 친구이자 농구 인생의 동반자”라며 “승현이는 어릴 때부터 경기 경험이 많아서 경기를 풀어가는 여유가 있다. 동료를 살리는 팀플레이를 잘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득점 같은 공격력은 내가 조금 더 낫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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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은 당시를 자신의 농구 인생 최대의 전환점으로 꼽았다. 체중 감량으로 스피드가 붙으면서 다양한 공격 기술이 가능해졌고, 덩달아 기량도 부쩍 늘었다. 그는 “프로 무대에서는 빠른 농구를 못하면 경쟁력이 없을 것 같았다. 체중 감량과 체력 단련을 동시에 했다. 그 덕분에 프로에 와서 이만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준일은 2일까지 국내 선수 중 모비스 문태영(평균 17.04득점)에 이어 경기당 평균 득점(13.94점·전체 11위) 2위를 달리고 있다. 18일 SK와의 경기에서 37점(리바운드 13개)을 쏟아 부으며 역대 신인 한 경기 최다 득점 공동 4위 기록도 세웠다. 1∼3라운드에서 경기당 평균 3.1∼3.4개였던 리바운드도 4라운드 평균 5.3개, 5라운드 4.6개, 6라운드(7경기) 7.4개로 늘렸다.
김준일은 “올 시즌 3경기만 빼고 모든 경기에 출장했다는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며 “대학리그보다 경기 수가 많고 몸싸움도 늘어 힘들었지만 데뷔 전 목표로 했던 전 경기 출장에 근접해 기쁘다”고 말했다. 프로가 된 것이 가장 실감나는 순간으로 ‘월급 들어오는 날’을 꼽은 김준일은 “다음 시즌에는 더 나은 경기력으로 4월까지 농구하는 모습을 꼭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용인=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