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33% 줄어 수익 半으로 뚝
국내 병원을 찾은 러시아 어린이와 어머니가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직원의 통역으로 이비인후과 진료 상담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실제로 본보가 러시아 환자가 몰리는 서울의 대학병원 5곳의 1월 환자 수를 집계해 보니 지난해 같은 달 695명에서 올해 464명으로 33% 급감했다. 2월도 이런 추세가 계속됐다. 감소폭이 가장 컸던 A병원의 경우는 4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A병원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한국에 올 수밖에 없는 항암치료 환자 등은 계속 오지만, 신규 검진과 암 수술 등 진료비가 많이 드는 환자들의 발길은 대부분 끊겼다”며 “환자 수가 아닌 진료 수입으로 따지면 지난해보다 50%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러시아 환자는 국내 의료관광 업계의 효자손님으로 인식돼 왔다.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증질환 환자 비율이 높아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러시아 환자들은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한국을 찾는 비율이 약 21%로 아랍에미리트(UAE·26.8%), 카자흐스탄(22.9%) 다음으로 높다. 중국인들이 미용 성형을 위해 한국을 많이 찾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불임 치료를 위해 국내 산부인과를 찾는 외국인 환자 중 러시아인(20.6%)이 가장 많다.
중증질환 치료를 많이 받기 때문에 씀씀이도 큰 편이다. 러시아 환자 1명은 평균 366만 원을 지출하는데, UAE(1771만 원), 카자흐스탄(456만 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중국인(181만 원)보다 진료비 지출이 높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던 러시아 환자들이 줄면서 업계는 비상이다. 러시아 환자 수가 30% 가까이 줄어든 B병원 관계자는 “러시아 환자들이 과거보다 진료비에 예민해지면서 항의하는 일이 많아지고, 러시아의 영향권에 있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환자들까지 줄고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