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할 것 없는 ‘문화가 있는 날’]기획사들 “외국 벤치마킹 필요”
세계 공연의 메카인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는 매년 8월의 한 주에 ‘키즈 위크(Kids Week)’ 행사가 열린다. 부모와 같이 온 자녀는 무료여서 이 기간엔 아이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는 사람이 많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키즈 위크에는 공연 티켓뿐 아니라 숙박 및 교통편 할인도 동시에 이뤄진다”며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같은 인기 흥행작도 볼 수 있어 미래 관객인 아이들이 좋은 공연을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는 “고궁 무료입장 같은 하나 마나 한 할인 혜택보다 진짜 좋은 공연을 싸게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영국은 매년 여름 로열오페라하우스 등 각 공연장이 기업의 후원으로 100파운드(약 17만 원)하는 공연을 5파운드(약 8500원)에 볼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제작사인 EMK 엄홍현 대표는 “수요일은 평소에도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적어 민간단체들이 공연을 꺼린다”며 “국공립 기관, 민간단체, 대학로 등 각각의 성격에 맞게 문화가 있는 날을 운영하면 참여도가 높을 것 같다”고 했다.
시민들은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이 보고 싶은 공연으로 확대되고, 할인율도 높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복 씨(57·경기 오산시)는 “비싼 뮤지컬을 싸게 볼 수 있어 좋다. 한 달에 한 번은 부족하고 두 번 이상 운영되면 좋겠다”고 했다.
오영임 씨(67·서울 서초구)는 “미국 뉴욕 모마 현대미술관의 경우 성인 기준 입장료가 25달러(약 2만7500원)이지만 금요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는 무료입장이라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굳이 시간을 내서 보러 가고 싶지 않은 공연으로 물량 공세를 할 것이 아니라 돈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