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4관왕 ‘버드맨’
영화 ‘버드맨’은 현실감이 뛰어난 영화임에도 문득문득 슈퍼히어로 영화에나 나올 법한 판타지적 묘사가 등장한다. 하늘을 난다든지, 초능력을 발휘하는 방식으로 한때 버드맨으로 인기를 끌었던 인물의 심리를 독특하게 표현한다. 이가영화사 제공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버드맨’이 국내에서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감독상에 각본상 촬영상까지 주요 부문상을 거머쥐었으니 올해 오스카 승자라 할 만하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도 극찬을 쏟아내며 시상식 전부터 작품상 수상작 0순위로 꼽았다.
‘버드맨’에서 두 주인공 리건 톰슨(마이클 키턴·왼쪽)과 마이크 사이너(에드워드 노턴)는 물과 기름처럼 서로 티격태격한다. 이가영화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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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군의 연기는 이를 매조지하는 용의 눈깔(畵龍點睛)이다. 색다른 변신을 보여준 스톤이나 와츠도 근사하다. 원래도 브로드웨이 무대 출신인 노턴은 ‘역시나’ 감탄스럽다. 하지만 키턴. 그가 없었다면 버드맨이 이만한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을까. 팀 버턴 감독의 ‘배트맨’을 연기했던 그의 이력 때문에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분간이 안 간다. 한 인터뷰에서 “전혀 설렘을 느끼지 못한 오랜 시기가 있었다”는 고백처럼, 그는 그간 분출하지 못했던 에너지를 이 한 편에 폭발시키는 ‘마스터 키튼’(일본만화 제목)으로 우뚝 섰다.
버드맨은 마이크 피기스 감독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1996년)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짙푸른 바닥까지 떨어지는 벤(니컬러스 케이지)의 서글픈 침잠과 위태롭게 쌓아올린 톰슨의 신경질적인 표류는 색깔이 다르다. 허나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다 못해 영혼을 불안에 내맡겨버리는 안타까움이 닮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웃는 듯 우는 듯 창밖을 내다보는 샘의 눈빛. 어쩌면 가끔씩 자신의 인생조차 구경꾼처럼 속절없이 바라보게 되는 우리네 무력한 심정이 그럴까. 날아오르건 떨어져 내리건 추락하는 버드맨에겐 날개가 있다.
한데 ‘버드맨’은 아카데미 시상식 후 국내에서 엉뚱한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극 중 스톤의 대사인 “꽃에서 역겨운 김치 냄새가 난다(It all smells like fucking kimchi)”가 한국 비하가 아니냔 지적이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각자의 몫이다. 다만 스톤은 2014년 출연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선 “요즘 한국 음식에 완전 중독됐어”란 대사로 화제를 모았다. 18세 이상 관람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