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영진 작가
한번 깨지면 회복될 수 없는 게 우리 마음이다. 한없이 가냘프고 여리기 짝이 없다. 더구나 그 내용이 사람들이 꺼리는 성(性)적 내용이나 죽음에 관한 것이면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이를 연상시키는 구체적 공간을 사진으로 찍어 여기저기 붙여 놓는다면?
2012년 서울 도심 한복판, 누군가의 침대를 찍은 대형 흑백사진이 중구 세종대로 삼성생명 빌딩 등 여섯 곳에 걸렸다. 커플이 막 자고 일어난 듯 사진 속 침구가 흐트러져 있다. 행인들 대부분은 이 빌보드(옥외 광고판) 사진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작품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쿠바 태생의 미국 작가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의 사진작품 ‘무제(Untitled)’(1991년·그림)였다.
이 작가는 신체적 죽음을 공공미술로 극복한 듯 보인다. 복제와 반복을 통해 작업의 영속성을 담보한 그가 사후에 더 인정받고 있으니 말이다.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관 대표였고 2011년엔 그의 작품을 주제로 이스탄불 비엔날레가 개최될 정도였다. 곤살레스토레스의 작품은 끝없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영백 홍익대 예술학과(미술사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