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같은 미술품 가격 지수
2013년 4월 24일 서울 K옥션에서 4800만원에 낙찰된 정상화의 아크릴화 ‘무제 07-2-13’(2007년). 1년 반 뒤 동일한 크기와 색조의 ‘무제 96-5-2’(1996년)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5배에 이르는 2억2961만 원에 팔렸다. K옥션 제공
정상화와 하종현은 최근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1970년대 한국 ‘단색화’ 그룹 작가다. 그 관심도가 작품 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내년 백남준 10주기도 시장 호재로 언급된다. 가격 면에서 저평가됐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시장 움직임에 이목이 쏠린다. “2007년 활황 이후 8년 만에 한국 미술시장 호시절이 돌아왔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내년 10주기를 앞둔 백남준 작품은 최근 경매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미국 대형 갤러리가 ‘관리’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아 수집가들이 가격 상승을 기다리기 시작한 것. 사진은 1974년 작 ‘TV 부처’.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한국 미술시장도 마찬가지다. 미술품 거래가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려는 여러 시도가 존재한다. 축적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일정 기간 변화한 규격별(호당) 가격을 계산해 기준 수치로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미술품 가격지수는 신기루”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큰 규모 작품이 대개 비싸지만 그걸 일반화해 아파트나 벽지 가격 매기듯 미술품 가격을 규격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설명이다.
미술시장 집계 가격의 90% 이상은 경매 낙찰가다. 작가의 손을 떠나 최초로 거래되는 전시 판매가는 거의 모두 비공개다. 거래 대상물의 ‘원가’가 ‘비밀’임을 의미한다. 수집가 중심으로 이뤄지는 아트페어와 경매는 출발점부터 정보가 동등하게 공유되지 못한 시장인 셈이다.
그렇다면 갤러리와 직거래하는 극소수 자산가 외에는 미술품 가격을 제대로 가늠할 도리가 없는 걸까.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경매 낙찰률과 낙찰 총액 추이를 장기적으로 살피면 불안감을 어느 정도 떨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진수 교수는 “2007년 미술시장 호황에서 재미를 본 이들은 15년 이상 경력의 수집가였다”며 “뜻밖의 가능성을 품고 맘에 드는 그림을 소유하는 활동으로 미술품 시장에 접근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